미녀삼총사에게 격퇴당하는 퇴물 천사 데미 무어
여성의 육체적 전시방식, 소프트 포르노와 다를 바 없음 폭로

 

미녀삼총사 속편 미녀 삼총사 2 - 맥시멈 스피드 한 장면. 사진=네이버 스틸컷.
미녀삼총사 속편 '미녀 삼총사 2 - 맥시멈 스피드' 한 장면. 사진=네이버 스틸컷.

컬럼비아사의 횃불이 그대로 몽골 산간지방의 불길로 이어지면서, 미녀 삼총사의 트레이드마크인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자신만만하게 인디아나 존스를 재인용하며 출발 기어를 올린 영화는 조그만 상자곽에서 기어 나오는 루시 류의 탄력성, 남자들과 술 내기를 해도 끄떡없는 드류 배리모어의 남성성, 그리고 ‘여기가 여관인가요?’를 외치며 갑자기 전기 말을 타기 시작하는 캐머런 디아즈의 깜찍성을 모두 집결시키면서 벌써부터 살벌해진다. 

영화는 신 맨의 과거를 알아내는 사운드 오브 뮤직을 거쳐 플래시 댄스와 터미네이터, 토요일 밤의 열기 같은 유명 영화와 그 여주인공들을 모두 차용한다. 여전히 전편과 똑같은 팬티를 입은 캐머론 디아즈의 엉덩이 춤을 보는 일은 즐겁지만, 그녀의 엉덩이가 그녀의 머리를 구할 수는 없는 일. 디아즈의 얼굴엔 주름이 잡히고 드류 배리모어는 살이 쪄가고, 루시 류는 본연의 자의식으로 요염 연기 자체를 버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미녀 삼총사 셋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매디슨 리 역의 데미 무어의 등장이다. 그것은 물경 4억원을 들여 수술했다는 그녀의 몸매 때문만은 아니다. 찰리와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데미 무어라는 존재는 미녀 삼총사가 왜 그토록 반 여성주의적인지를 고지하는 일종의 열쇠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찰리라는 남자(그는 남자임이 분명하다. 전편의 마지막에서 분명히 늙은 남자로 뒷모습을 비춘다)는 쭉쭉 빵빵한 미녀 셋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으며 부와 파워를 겸비한 그러나 육신을 뛰어넘어 목소리만으로 존재하는 신인 셈이다. 

 

미녀삼총사 속편 미녀 삼총사 2 - 맥시멈 스피드에 등장하는 매디슨 리(데미무어)는 영화가 반여성주의적임을 보여주는 일종의 열쇠같은 존재다. 그는 맨주먹과 킥을 전문으로 하는 천사들과 달리 총을 갖고 있고, 이힐과 검은 가죽잠바, 날카로운 손톱 등 남근을 표지하는 페티쉬한 물품으로 온몸을 치장했다. 사진=네이버 스틸컷.
미녀삼총사 속편 '미녀 삼총사 2 - 맥시멈 스피드'에 등장하는 매디슨 리(데미무어)는 영화가 반여성주의적임을 보여주는 일종의 열쇠같은 존재다. 그는 맨주먹과 킥을 전문으로 하는 천사들과 달리 총을 갖고 있고, 이힐과 검은 가죽잠바, 날카로운 손톱 등 남근을 표지하는 페티쉬한 물품으로 온몸을 치장했다. 사진=네이버 스틸컷.

그런데 매디슨은 감히 그녀에게 가해진 천사의 역할을 거부한다. 배트맨을 조롱하듯 날다람쥐 옷을 입고 할리우드 거리를 붕붕 나르는 그녀는 스스로 천사보다는 신이 낫다고 폭탄 선언을 한다. 남자 주인공 대신 여자 주인공을 위기에 처하게 하는 이 레즈비언 팜므 파탈은 맨주먹과 쭉쭉 빵빵한 킥을 전문으로 하는 천사들과 달리 총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이힐과 검은 가죽 점퍼, 날카로운 손톱 등 남근을 표지하는 모든 페티시한 물품으로 온몸을 치장한다. 그녀가 찰리의 목소리를 중개하는 스피커를 총으로 부수고 스스로 신이 되고자 할 때, 할리우드의 공식으로 보자면 그녀는 물론 또 다른 천사의 손에 죽임을 당해 마땅하다. 매디슨은 한마디로 단독 영웅이 되고 싶어했던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선한 적이 없었지. 나는 위대했어’(I was never good. I was great)라는 그녀의 말처럼. 

또한 그녀가 터미네이터와 이유 없는 반항의 주요 무대가 됐던 할리우드의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거대한 망원경 앞에 나타날 때 그녀의 욕망은 분명해진다. 해변에서 조그만 망원경으로 자신의 육체를 전시당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눈, 즉 망원경과 함께 나타난다. 그녀는 보여지는 여자에서 보는 여자가 되려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이러한 욕망은 깡그리 징벌당하지만 그 놈의 관음증을 뒤엎는 천문학적 기계, 천문대 망원경만큼은 인상적이지 않은가.  

영화 ‘미녀 삼총사’에서 매디슨의 육체는 여성 영화평론가 바버라 크리드가 지적했듯 일종의 양성성으로 충만한 레즈비언 보디다. 이러한 측면에서 천사들에게 격퇴당하는 이 퇴물 천사가 데미 무어라는 사실은 그저 우연한 캐스팅의 결과라기보다는 필연적인 한 시대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데미 무어와 지나 데이비스는 지아이 제인과 컷 로쓰 아일랜드로 레즈비언 여성 전사 시대를 마감시킨 장본인이다. 이제 와서 얼굴에 멍이 나고 피 흘리는 카메론 디아즈나 앤젤리나 졸리를 상상할 수는 없지만 당시 아이 제인의 데미무어는 장 클로드 반담이나 스티븐 시걸류의 ‘걸어다니는 거대한 알통’을 따라하려다, 즉 자신의 여성성을 거세하려다 자멸해 갔다. 

그래서 매디슨은 남과 여, 음란함과 성스러움, 지적인 여성과 백치미의 여성을 오가며 분열돼 있는 미녀 삼총사보다 더 인상적이다 그녀는 배트맨의 캣우먼과 함께, 여성 주인공들의 육체적 전시 방식이 소프트 포르노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스스로 폭로하는 가장 인상적인 악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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