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월간 ‘객석’ 이형옥 편집인
지난해 남편 김기태 발행인과 객석 인수
“30년 된 객석의 소중한 유산 잘 가꿔갈 것”

 

국내 유일의 공연예술종합잡지 월간 객석의 이형옥(59) 편집인을 지난 8월 2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객석 빌딩 4층에서 만났다.
국내 유일의 공연예술종합잡지 월간 '객석'의 이형옥(59) 편집인을 지난 8월 2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객석 빌딩 4층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객석의 30년은 앞선 두 발행인의 열정과 정통을 고수하려는 의지가 만들어낸 것이에요. 소중한 유산을 잘 가꿔 예술의 대중화에 힘쓰겠습니다.”

올해 서른 살이 된 공연예술 전문지 월간 ‘객석’의 이형옥(59) 편집인은 “인터뷰 대상에 대한 까다로운 검증 시스템과 나름의 기준을 고수하려는 의지가 지금의 객석을 있게 했다”고 말했다. 1984년 3월 창간호부터 시작해 367호(2014년 9월호)가 나오기까지 객석은 숱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국내 유일의 종합 예술 전문지로서 명성을 지켜왔다. 클래식 음반 신보가 한 달에 50장도 안 나오는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매달 꾸준히 공연예술 소식을 알려온 객석의 존재감은 창간 30주년 기념호에 실린 전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명사들의 축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초대 발행인 최원영씨와 2대 발행인 윤석화씨를 거쳐 3대 발행인으로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기태(59)씨는 이 편집인의 남편이자 동료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75학번 동기인 두 사람은 각각 항공사 CEO와 잡지인으로 각자의 길을 걷다 이제 같은 곳에서 꿈을 향해 달려가게 됐다.  

 

국내 유일의 공연예술종합잡지 월간 객석의 이형옥(59) 편집인을 지난 8월 2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객석 빌딩 4층에서 만났다.
국내 유일의 공연예술종합잡지 월간 '객석'의 이형옥(59) 편집인을 지난 8월 2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객석 빌딩 4층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전 발행인이었던 윤석화 대표로부터 처음 객석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땐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전문지 시장이 쉽지 않잖아요. 수준급의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갖춘 초대 발행인이나 연극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윤 대표와 달리 전 예술에 조예도 깊지 않았고요. 그런데 이제 나이 50대 후반이 되면서 잡지 인생 30년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년 전 대장암 투병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던 남편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고요. 현역 말년에 남편과 뜻이 맞아서 어려움을 알고도 뛰어든 거죠.”

대학 졸업 후 79년 ‘주부생활’에 입사한 이 편집인은 ‘우먼센스’ 편집이사에 오르기까지 여성 잡지에서만 25년간 일했다. 그러던 중 우먼센스를 나와 여성 잡지 편집장을 지낸 업계 동료 2명과 의기투합해 2004년 ‘더북컴퍼니’라는 회사를 만들어 잡지 ‘싱글즈’를 창간했다. 이후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에서 잡지 창간 제안을 받은 그는 2008년 여행 잡지 ‘더 트래블러’ 발행인에 취임하며 다시 독립해 현재에 이르렀다. KTX매거진까지 3개의 잡지가 이 편집인의 손에 달려 있다. 그는 객석에 자리를 잡은 후 ‘더 트래블러’ 사무실이 있는 인사동과 객석 사무실이 위치한 동숭동을 오가는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 편집인은 “자신의 손을 거쳐간 잡지만 수십 종인데 객석이 그중 제일 어려운 것 같다”고 털어놨다. 10년 이상 객석을 봐온 고정 독자층이 많아 섣불리 움직이기에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선은 좀 더 읽기 쉽게 레이아웃도 시원하게 하고, 사진도 신경쓰면서 외적으로 젊게 바꾸기 위해 노력했어요. 내적으로는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기 위해 작곡가 선생님들과 음악 평론가, 연주자들을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객석의 미래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바꿔야 좋은 건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객석의 롱런을 위해선 젊은 세대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 이 편집인과 발행인의 공통된 생각이다. “현재 객석의 주 독자층은 음악을 좋아하는 30~50대의 전문 직업인이 많아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10~20대를 클래식의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롱런의 관건이에요. 클래식 잡지가 많은 미국이나 영국, 독일은 10대 때부터 학교에서 클래식 수업을 듣고, 미국은 대학 갈 때 악기 하나씩 할 줄 알면 도움이 많이 되잖아요. 우리나라는 악기 다루고 클래식 들을 여유가 어디 있나요? 그래서 공연 파트를 새로 만들었어요. 젊은층에게 트렌디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벤트나 음악회를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국내 유일의 공연예술종합잡지 월간 객석의 이형옥(59) 편집인을 지난 8월 2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객석 빌딩 4층에서 만났다.
국내 유일의 공연예술종합잡지 월간 '객석'의 이형옥(59) 편집인을 지난 8월 2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객석 빌딩 4층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암 투병을 마치고 함께 객석에 뛰어든 남편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이 편집인은 “저 혼자 이걸 하려고 했으면 엄두가 안 났을 것”이라며 “지금 다른 잡지를 두 개나 더 하고 있는데 경영적인 면에선 큰 조직을 운영해본 남편이 결단력도 더 빠르고 장기적인 플랜 설정이나 기획면에서 훨씬 뛰어나다”고 치켜세웠다. 

잡지 인생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객석’에 온 열정을 바치는 그의 목표는 두 가지. 대중에게 예술을 좀 더 많이 알리는 것과 잡지의 경영 정상화다. 적자를 내지 않고 기자들이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제대로 대우받으며 일할 수 있는 잡지사를 만드는 것도 그의 바람이다. 이 편집인은 “잡지 종류는 많아졌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열악한 업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선배로서 안타깝다”고 했다.  

객석의 한가운데 서 있는 그에게 예술이란, 음악이란 무엇일까. “예술은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주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마감 스트레스에 신경이 곤두서던 우먼센스 국장 시절 오페라를 들으며 지친 마음을 달랬듯 그는 많은 이들이 좀 더 빨리 예술과 문화를 접하길 바란다고 했다. “하루 중 단 30분이라도 시간을 내 음악을 듣고 공연을 관람하면 보다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요즘 모두 정신적으로 힘들잖아요. 자신이 느려질 수 있는 시간을 예술과 함께하면 인생이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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