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이력서를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게 프라이버시 침해에

해당할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본사에서 신입기자 채용공고를 낸 뒤

‘재미있는’ 사례들이 많았다. 개성있는 몇사람의 특이한 사례라

고는 결코 볼 수 없는 어떤 세태 같은 것이 잡히기에 칼럼의 소재로

잡았다.

좋게 봐줘서 재미있다는 것이지, 치열한 취업 전쟁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일들이다. 이번 응모자는 ‘취업난’을 실감할

수 있게 상당히 많았다. 그들이 모두 여성, 주로 대학 졸업예정이거

나 갓 졸업했거나 또는 몇년 지나지 않은 여성들이었으니 여기서 발

견된 문제점은 여성들의 문제를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겠

다.

우리 사무실은 채용공고 이후 갖가지 사례를 접하면서 많이 웃었

다. 우리를 즐겁게 해준 사례는 대체로 세가지 유형이다.

하나는 문의 전화다. 채용공고에 뻔히 적혀 있는 걸 묻는다. “언

제까지 서류를 내요?” , “어떻게 뽑아요?”, “주소가 뭐예요?”

등등. 공고가 PC통신과 본지에 실렸는데 그 내용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그냥 들었는데요...”, “났다고 하던데요....”로 시작하는 문

의전화를 받고 있자면 바쁜 와중에 참 맥빠진다. 엄연히 원서접수

마감일을 밝혔는데도 “좀 늦게 내면 안되냐?”, “꼭 그날까지 내

야 하느냐?”는 ‘황당한’ 문의도 있었다.

두번째는 이력서 문제다. 의외로 이력서를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

이 적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중요한 사항이라고 빨간 색으로 쓰는

경우, 중고등학교 시절 반장 수준의 감투를 경력으로 적어내는 경우,

성격과 취미를 이력서에 기재하는 경우, 영화배우같은 화려한 모습

의 사진을 붙이는 경우 등등. 또 이력서에 잘못 기재하였으니 그것

때문에 떨어뜨리지 말아달라는 경우도 있다.

세번째는 면접의 문제. 면접할 때 주의사항은 용모단정한 태도이건

만, 의외로 반듯한 자세와 또박또박한 말투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많

지 않았다. 면접에서 던져질 질문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되었음을

알 수 있는 답변도 상당히 있었다. 예를 들어 여성신문을 평가해보

라는 질문에 대해 “사실 재미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지원자도

있다. 그 다음으로 신통한 답변이 이어지면 좋은데 거기서 끝나니

질문자는 “재미없는데 왜 여성신문사에 지원하느냐?”고 물을 수밖

에. 비판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면접에 대한 준비가 없음을 한 눈에

드러내는 답변은 스스로 함정을 파는 것과 같다는 참으로 평범한 상

식을 모른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해마다 이런 ‘재미 있는 사례’가 늘어나는 게 문제다. 구시대 사

람들은 도저히 할 수 없었던 ‘기본 파괴’ 같은 일이 무더기로 생

겨나는 걸 보면 이건 비단 여성신문사 지원자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당사자들 스스로가 손해보는 결과로 이어지니 이런 일들을 신

세대의 개성이라고 보아넘길 일만은 아니다.

이번에 최종 합격자로 결정된 사람들은 이런 문제점에 해당되지 않

는 사람들이었다. 마지막 결정에 참여했던 임원들은 만장일치였는데,

이는 사람보는 눈이 비슷하다는 걸 나타내주는 일일 것이다.

대졸 여성들의 취업난은 무척 심각하다. 대학에서는 여학생들을 유

능한 노동력으로 키워서 사회에 진출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고

여대생들도 직업인이 되기를 절실하게 원한다. 그러나 이력서도 제

대로 못쓰고, 면접에 대한 질문을 준비하지 않는 대졸여성 구직자는

여성교육의 실패의 본보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취업철,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고용주의 시각에서 자신

을 표현하는 훈련을 점검해야겠다.

'김효선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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