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 마음살림 에세이 ‘연약함의 힘’

 

“새로운 사회,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내 안의 연약함의 힘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연약함의 힘이란 진정한 자기 내면의 빛을 따라 그 믿음으로 살아가는 힘입니다. 이 힘에 근거해 살면 자연스레 나 자신과 이웃, 사회, 자연, 지구와 연결되고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여신 3부작으로 ‘내 안의 여신 찾기’ 붐을 일으켰던 현경 교수(뉴욕 유니언 신학대)의 신작 에세이 ‘연약함의 힘(the Power of Vulnerability)’이 출간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이들이 ‘이대로는 안 된다’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야 할지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때 저자는 그 답으로 ‘연약함의 힘’을 제시한다.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선 참 자아로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연약함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약함의 힘이란 무엇인가? 핵심은 ‘소통’이다. 자기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힘, 참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힘,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공감할 수 있는 힘, 진실대로 살기 위해 모험할 수 있는 힘, 모험에 동반되는 불안과 두려움을 견뎌내는 힘, 자신이 원하는 것과 남이 원하는 것이 상충될 때 관계의 성장을 위해 균형 있게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힘이다.

평생을 여성, 환경, 생명이란 화두에 천착하며 살아온 현경 교수는 끝도 없이 팽창해가는 신자유주의와 전쟁, 지구 생태계 파괴 환경을 어떻게 하면 극복하고 모두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다. 이 책은 그러한 저자의 오랜 시간의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다. 현경 교수는 세월호 사건이 돈과 권력 등 남을 지배하고 종속시키는 ‘가짜 힘’이 세상을 파괴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큰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 안에 누구나 다 갖고 있는 연약함의 ‘강인한 힘’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약함의 힘’ 글 현경, 그림 박방영, 샘터 펴냄.
‘연약함의 힘’ 글 현경, 그림 박방영, 샘터 펴냄.

연약함의 힘으로 권력 앞에 쫄지 않고 힘없는 자 앞에서 우쭐대지 않으며 자신의 진정한 자아에 굳건히 서서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지면, 도무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제도들도 서서히 바뀔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믿음이다. 그러기 위해선 개개인이 연약함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인생을 살며 겪었던 아픔과 방황을 털어놓으며, 수많은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단련이 그러한 힘을 키울 것이라고 귀띔한다.

“이 힘은 아무도 못 막는 힘이에요. 진짜 힘인데 어떻게 막아요? 연약함의 힘을 발견하고 계속 양육해나가면, 브라질의 나비가 날갯짓할 때 히말라야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는 것과 같은 변화가 올 거예요.(웃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저자의 목소리가 유독 밝고 경쾌해 보였다. 쉽게 상처받고 자주 흔들리는 영혼들 또는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길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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