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괴물이 아니다
그들은 괴물이 아니다
  • 백미순 / 한국성폭력상담소장
  • 승인 2014.08.19 22:07
  • 수정 2018-01-15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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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병 사망사건과 28사단 소속 관심사병 2명이 휴가를 나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지난 8월 12일 경기도 연천 28사단에서 장병들이 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일병 사망사건과 28사단 소속 관심사병 2명이 휴가를 나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지난 8월 12일 경기도 연천 28사단에서 장병들이 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이 선임들의 집단 구타로 사망했다. 평범한 젊은이들이 군에 입대해 한 사람은 학대와 폭력의 희생자가 됐고, 다른 몇 사람은 가혹한 학대와 폭력으로 후배 병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범죄자들이 됐다. 이 사건을 두고 우리 사회는 행태의 잔혹성에 경악하며 인간의 탈을 쓴 괴물과 같은 가해자들과 관련자들을 찾아내 엄벌하는 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를 일으킨 군대 내 구성원에게 책임을 돌려 그들을 격리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이는 아동성폭력 범죄를 다루는 대중의 태도와 유사하다.

사회 구성원들은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정신이상자이거나 문제가 있는 특수한 존재이고 이들을 제거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괴물이 된 사람들’에서 저자 패멀라 D 슐츠는 아동성범죄자들을 괴물로 만들어서 아동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할 도구들을 개발하는데 열을 올리는 사회적 태도를 문제 삼는다.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약물로 성충동을 조절하고 전자발찌를 채워 가해자를 감시와 통제하에 두는 데 사회적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는 아동성폭력을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 가해자는 괴물이 아닌 피해자 주변의 보통 사람들이고, 가해자 개인의 아동성범죄가 사회구조의 가치나 생각들의 지배를 받은 결과이므로 아동성범죄를 묵인하고 방조해 온 사회적 태도 역시 공모자라고 일갈한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28사단의 해당 의무반 가해자들은 ‘입대 전에는 여느 20대처럼 아르바이트를 했고 군에서 살을 빼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한 평범한 청년들’이다. 최고참으로 폭행을 주도한 이 병장도 이병 시절 선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부대를 옮긴 폭력행위의 피해자다. 그랬던 이등병이 선임이 되면서 점차 권력을 쥐고 폭력을 주도한 장본인이 된 것이다. ‘조직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폭력은 용인될 수 있다’는 부대의 분위기 속에서 이런 행위는 묵인되고 지속될 수 있었다. 

윤 일병에 대한 폭력행위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자주 이뤄졌기 때문에 폭력을 목격한 병사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포대의 일이라거나 남의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목격자들은 어느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 특히 윤일병과 의무반을 관리하고 돌봐야 할 담당 하사관조차 공개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묵인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목격자들은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외부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 폐쇄적 조직에서 거대한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했고, 폭력에 대한 집단적 무기력과 무감각의 결과로 한 사람이 죽어나갔다. 이번 기회를 근본적 쇄신의 기회로 삼지 않으면 젊은이들의 희생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깊이 고민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구조적 이유다. 우리는 이 사건을 가해자들의 개인적 특성이 아닌 군대라는 거대한 조직의 전반적 문화와 운영체계 속에서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폭력적 군대 문화는 이를 허용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 인권 상황과의 연계 속에서 분석돼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는 해결책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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