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제2기 민선 교육감들이 일제히 취임했다. 우리 교육을 발전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논의가 여기저기서 활발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일반고 살리기’ 논의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이기도 했는데 이는 그만큼 일반고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의 방증일 것이다. 언론과 일부 정책가들은 이러한 일반고 상황을 ‘일반고 슬럼화’ 또는 ‘일반고 황폐화’라 부른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일반고 슬럼화, 황폐화’라는 진단은 올바른 진단인가? 그렇지 않다. 이 진단에는 다음 3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그 표현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 10여 년 전에 ‘교실 붕괴론’이 교육계를 휩쓴 적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실 수업이 ‘붕괴’ 지경이라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교실 붕괴의 핵심 내용이 뭔지 명확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비분강개하며 얘기했지만 그 원인과 해법 제시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후로도 우리 ‘교실’은 바뀐 것이 없었다. ‘슬럼화’라는 말, ‘황폐화’라는 말 역시 과장된 말이다. ‘도시빈민’을 연상시키는 ‘슬럼화’라는 말은 ‘비교육적’이기까지 하다. 일반고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차분하게 살펴보고 냉정하게 드러낼 일이다.

둘째, ‘슬럼화’ 진단은 그 핵심 문제의식이 ‘교사 편의적’이다. 일반고 교사들이 가르치기에 딱 좋은 학생은 성적이 중상위권인 학생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엔 25개 자사고에서 이러한 성적 중상위권 학생들을 대거 뽑아가고 하위권 학생들은 일반고에 떠밀다시피 해서 일반고 교사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학생 구성으로는 수업을 제대로 하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슬럼화’라고 표현한 것이다. 분명 문제다. 그러나 이것은 대학입시 공부만을 기준으로 한 교사편의적인 진단이다. 그것도 인문계·자연계 학생들을 위주로 한 기존의 일반고 교육과정을 그대로 고정시켜 놓고 생각하는 진단이다. 여기엔 예체능계 학생은 빠져 있고, 직업계 학생도 빠져 있다. 그 진단에서 이들은 그저 ‘공부 못하는’ 학생들일 뿐이다. 문제다.

셋째, ‘슬럼화’ 진단은 해법의 방향을 잘못 잡게 한다. ‘일반고 슬럼화’라고 진단하는 분들은 그 원인으로 ‘자사고’를 제 일로 꼽는다. 따라서 그 해법의 방향도 ‘자사고 폐지’에서 찾는다. 마치 자사고만 폐지되면 저절로 일반고도 정상화될 것같이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물론 자사고가 없어진다면 일반고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제1 해법은 아니다. 지금의 일반고가 자사고가 없었던 2010년 이전에는 다른 모습이었는가? ‘자사고 폐지’ 주장 이전에 먼저 일반고 자체의 개혁 방안을 내놔야 옳다.

일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적’ 좋은 학생들을 빼앗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긴 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일반고가 무엇보다도 ‘진로’가 서로 다른 학생들이 ‘섞여’ 있는 학교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로 ‘진로’가 다른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놓고 가르치니 몇몇을 제외하고는 학습 ‘동기’를 갖기 어려웠을 것이고, ‘동기’ 없이 억지로 하는 공부다 보니 수업 분위기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예체능계와 직업계 학생들에게도 각자의 진로 과정을 지원해줘야 한다. 이 학생들이 그저 내신이나 ‘깔아주는’ 들러리가 되는 기존의 교육과정부터 바꿔야 한다. 동시에 공부 잘하는 학생들도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과정을 열어줘야 한다. ‘일반고 슬럼화’ 진단은 문제 해결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할 우려가 있다. 일반고 진단부터 다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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