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중심으로 법의 패러다임 변화 필요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 과제는 여전히 남아
법 제정 초기처럼 정부 집행의지 되살려야

‘성매매특별법’이 제정 10년을 맞았다. 2004년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으로 도덕적 잣대로만 비난하던 ‘성매매’는 ‘불법행위’가 됐고, 손가락질 받던 피해 여성들은 일정 부분 법의 보호를 받게 됐다. 10년의 시간 동안 이 법이 바꾸어 놓은 것은 무엇이며, 법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와 앞으로 변화의 방향은 어디에 있을까. 성매매 피해 당사자들과 현장 활동가들이 느끼는 변화의 내용은 무엇일까. 여성신문은 앞으로 4회에 걸쳐 성매매특별법 제정 10주년의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유흥주점에서 유흥을 즐기고 근처 모텔로 이동해 성매매를 하는 풀살롱을 단속, 유흥주점 종업원 등 총 21명을 검거했다. 사진은 성매매에 쓰인 의상과 무전기 등 압수물품.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유흥주점에서 유흥을 즐기고 근처 모텔로 이동해 성매매를 하는 '풀살롱'을 단속, 유흥주점 종업원 등 총 21명을 검거했다. 사진은 성매매에 쓰인 의상과 무전기 등 압수물품. ⓒ뉴시스·여성신문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다. ‘매춘’이라는 이름으로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당연시 여겨지던 ‘성매매’는 ‘범법행위’가 됐고, 폭력과 착취에 시달려 온 피해 여성들은 일정 부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성매매’는 ‘필요악’이 아니라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성매매특별법은 2000년과 2002년 전북 군산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돼 2004년 제정됐다. 2000년 군산 대명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로 5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고, 2002년에는 군산 개복동의 유흥주점에서 불이 나 20대 여성 14명이 희생됐다. 작은 유리창조차 판자로 막아 놓은 폐쇄된 공간에 감금된 채로 성매매를 강요받았던 이 여성들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성매매 근절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고 이는 ‘성매매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성매매특별법 제정으로 ‘성매매’가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성매매 여성들이 ‘피해자’라는 법적 지위를 얻게 된 것이 주요한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을 피해자와 그렇지 않은 이로 분리하고 여성들 스스로가 피해를 입증하도록 한 것은 이 법의 태생적 한계로 꼽힌다. 당시 여성단체들은 성매매 여성들이 피해를 입은 것이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 제정 이후 10년 동안 관련 여성단체들은 꾸준히 성매매 여성들의 ‘비범죄화’를 주장하고 있다. 현장 활동가들은 지금도 “성매매 여성들이 피해자임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며 “업주들이 자신들의 관리하에서 성매매가 일어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입증의 책임은 업주가 아닌 여성들에게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처벌법)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보호법)로 나눠져 처벌법은 법무부에서, 보호법은 여성가족부에서 관할한다. 법에 따라 3년에 한 번씩 성매매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국가기관과 공공단체에서는 성매매 예방교육도 실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피해 여성들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이뤄졌다.

또한 법 시행 초기 정부의 강력한 법 집행의지와 성매매 현실에 대한 폭넓은 이해로 성매매 근절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후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의 집행 의지가 약해지면서 성매매 현장은 “다시 과거로 회귀했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힘내 대표는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없으면 없는 사람 쪽에서는 (피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며 “성매매 구조에서 업주들은 로비력이나 자본력이 여전히 막강하지만 여성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매매특별법은 시행 이후 ‘풍선효과’ 등 끊임없이 실효성 논란과 무용론에 시달려왔다. 법으로 성매매를 단속하자 성매매가 근절되지는 않고 법망을 피하기 위한 변종 성매매만 늘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매매특별법을 신·변종 업소들의 증가 원인으로 꼽지 않는다. 기존의 규모가 큰 성매매 업소들은 여전히 굳건한 상태로 남아 있고, 틈새시장을 노리는 신·변종 업소들은 이름만 바꿨을 뿐 늘 있어 왔던 것이라는 것. 신박 대표는 “신·변종 업소는 이름과 공간만 바꿔 새롭게 보이려고 애쓰는 업주들의 사업전략”이라며 “풍선효과는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 집행력의 무능을 탓하지 않고 풍선효과니까 그냥 놔두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는 “성매매에 대해 앞으로 수요 차단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수요 차단에 초점을 맞추면 여성들은 피해자로 위치돼 참고인 정도의 법적지위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매매특별법 처벌법 개정안은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해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신박 대표는 “법이 마련되고 제대로 집행된다면 당연히 전체 시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성인권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성매매 전체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며 “법의 제정 취지를 다시 되새기고 어마어마한 한국의 성산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좀 더 큰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