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안부’. 내가 이 낯선 용어에 대한 인식을 처음 갖게 된 때는 시민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전남동부지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겪어야 했던 참담한 일본군‘위안부’ 문제처럼 우리 역시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아픔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미국 위안부’, 다시 말해서 미군 주둔 지역에 형성된 기지촌에서 성매매를 해온 우리나라 여성의 인권유린 문제였다. 도대체 왜 미군을 상대한 성매매 여성을 ‘미국 위안부’라 부르는 것일까 선뜻 이해 못 할 분도 있을 것 같다.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6·25전쟁 이후 우리나라 정부는 안보상 주한 미군 주둔을 간절히 희망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내부 갈등과 안보 전략 수정으로 주한 미군 철수를 적극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자 다급해진 당시 박정희 정권은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모종의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1971년 정부 각 부처 차관이 참석하는 ‘기지촌 정화위원회’ 구성과 이를 통한 기지촌 활성화 정책이었다. 미군 기지촌 정화 사업은 쉽게 말해 주둔 미군의 성적 쾌락을 위한 사업이었다. 이를 위해 성매매 여성의 관리 등을 사실상 정부가 주도해서 나선 것이 정화위원회의 활동이었다. 이러한 정화위원회의 활동은 이후 박정희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되어 점검 받을 정도로 중요했다. 미군 기지촌 여성 문제, 다시 말해 미군 위안부 문제가 우리나라 정부의 책임임을 부인할 수 없는 증거 중 하나다.

정부가 이랬으니 그 아래에서 벌어진 일은 더 끔찍했다. 기지촌에 공급할 여성을 구하기 위한 인신매매는 더 이상 범죄행위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인신매매로 팔려온 여성이 기지촌을 탈출해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라도 그 여성을 다시 포주에게 데려간 이는 다름 아닌 그 경찰이었다. 이런 증언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었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부의 방조와 사실상 지원으로 기지촌은 활성화됐고, 1960년대 미군을 상대로 한 여성의 성매매로 벌어들인 달러가 대한민국 GNP의 25%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나는 미군 기지촌 여성의 성매매 문제는 개별적 매춘 행위가 아니라 우리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지난 7월 내가 대표발의한 법안이 ‘주한 미군 기지촌 성매매 피해 진상 규명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었다. 이 법안을 통해 과거 미군 기지촌 여성들을 상대로 벌어진 강제 검진·구금·구타 등의 인권침해 조사와 명예회복, 생활지원 등이 이뤄지도록 국무총리 소속의 ‘주한 미군 기지촌 성매매 피해 진상 규명 및 피해자 지원위원회’가 설치 운영되도록 했다.

부끄러운 과거는 부정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부끄러운 과거를 용기 있게 인정하고 그 치유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때 해결되는 것이라 믿는다. 그런 점에서 나는 미군 기지촌 여성들을 상대로 한 우리 정부의 부끄러운 인권유린 실태가 제대로 밝혀지고 이에 따라 피해자들의 명예가 바로잡히기를 간곡하게 희망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당연한 역할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 ⓒ의원실 제공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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