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DB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신문 DB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폭력 관련 기사가 사회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잉꼬 같은 금실을 보였던 부부의 가정폭력으로 인한 파탄에서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던 10대 딸이 참다못해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 군 폭력으로 인해 그 무엇보다 소중한 목숨을 잃은 비참한 사건까지. 거의 매일 폭력 관련 기사를 읽으면서 하루를 우울하게 열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는 폭력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스치듯 몸이 부딪혀도 ‘실례합니다’라는 말을 수없이 하는 외국과는 달리, 반가움의 격한 표현도 상대방의 신체를 치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드라마나 광고 속에서도 폭력 장면은 자주 등장한다. 이 경우에도 폭력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행위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성의 폭력은 남성성의 한 표현으로 인식, 의사소통이 서툰 남성이 할 수 있는 정당한 소통 수단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폭력도 폭력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애정이 전제된 교육의 일환으로 정당화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의 시각이나 피해자가 받는 상처는 철저히 무시된다.

하지만 어떤 말로 폭력을 정당화해도 폭력은 상대적으로 힘이 강한 자가 자신의 분노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자기보다 약한 존재에게 투사하는 가장 비겁하고 치졸한 범죄행위인 것이다.

이러한 비겁하고 치졸한 폭력적 범죄행위가 피해자에게 주는 상처는 엄청나다. 2013년 여성가족부에서 조사한 가정폭력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부부폭력 발생률은 45.5%였으며, 이러한 폭력으로 인해 피해당한 여성은 신체적 상해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실망, 무력감, 자아상실감(78.7%)을 보인다고 했다. 또 가해자에 대한 적대감이나 분노를 가지고 생활하며(43.67%), 매사에 불안하고 우울한 것(38.5%)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남녀 청소년들도 신체적 상해뿐만 아니라 우울, 공포감을 가지며, 대인관계에서 과도한 긴장감과 경계심을 갖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더 나아가 가정폭력은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남자 청소년에게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이들에게 왜곡된 가부장적 남성성을 갖도록 한다. 이러한 남성성은 다시 폭력 행동을 조장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폭력 상황은 그야말로 피해자의 자아개념을 손상시키면서 하루하루를 무간지옥에서 보내게 하며, 급기야는 피해자 역시 또 다른 폭력 괴물로 만듦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폭력의 악순환은 지금 당장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소통과 대화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 폭력의 범죄성을 인식하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즉, 우리 사회구조를 경쟁과 지배의 조직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배려하는 돌봄의 공동체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돌봄의 공동체 속에서 경쟁적·지배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돌봐주는 상호 관계가 싹틀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경쟁과 지배의 구조 속에서 간과됐던 공감, 배려, 희생, 돌봄 등의 여성성을 재인식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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