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 뒤틀린 성문화가 낳은 비극
'코피노', 뒤틀린 성문화가 낳은 비극
  • 이하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07.31 10:42
  • 수정 2018-01-12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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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명 추정…정확한 파악조차 안 돼
해외 성매매 처벌에 뒷짐 진 정부도 책임
양육비 청구 간소화·코피노 지원 확대해야

 

사단법인 탁틴내일 회원들이 지난 7월 서울 신촌에서 코피노들을 위한 희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3만명에 달하는 코피노들은 한국 남성의 뒤틀린 성문화와 우리 사회의 무관심으로 방치되고 있다.
사단법인 탁틴내일 회원들이 지난 7월 서울 신촌에서 '코피노들을 위한 희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3만명에 달하는 코피노들은 한국 남성의 뒤틀린 성문화와 우리 사회의 무관심으로 방치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만 명’.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코리안 필리피노, 이른바 ‘코피노’의 숫자다. 하지만 이는 추정일 뿐 정확한 인원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의 한국인 아버지들이 한국으로 돌아간 뒤 양육비는커녕 연락조차 끊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핏줄을 책임지지 않는 부끄러운 한국인의 자화상이다.

최근 코피노 친부 확인 소송에서 코피노 어머니가 승소하며 코피노 방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국에서 결혼해 두 자녀를 낳아 키우던 유부남 A씨는 지난 1997년 사업차 필리핀에 갔다가 현지 여성 B씨와 동거하며 두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2004년 A씨는 한국에 돌아간 뒤 연락을 끊어버렸다. 아이들에게 아빠를 찾아주기 위해 B씨는 2011년 사진 한 장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어렵게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를 통해 법률지원을 받고 1년 반 동안 친자확인소송을 벌인 끝에 지난 6월 승소했다.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법원이 확인해준 것이다. 이번 소송으로 B씨는 A씨에게 법적으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법무법인 대광 등 로펌이 진행 중인 코피노 소송은 9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송까지 이르진 않았지만 양육비를 받기 위해 한국인 아버지를 찾는 사례는 점점 더 늘고 있다.

한국인 아버지에게 버려진 코피노 방임 문제는 한국 남성의 뒤틀린 성문화를 그대로 드러낸다. 필리핀으로 여행 또는 어학연수를 가거나 아예 성매매를 목적으로 방문해 현지 여성들과 즐기고는 책임은 지지 않는 한국 남성들의 뻔뻔스러움이 피임과 낙태를 기피하는 필리핀 문화와 합쳐져 코피노 방임 문제로 이어졌다. 

코피노 방임 문제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사각지대에 놓인 3만 명의 코피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에 당한 성적 착취 문제를 오래 전부터 제기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도 잘살게 되면서 한국 남성들이 필리핀에서 똑같은 악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국세사회에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적발된 해외 성매매 사범은 1319명이지만, 이 가운데 실제 여권 발급이 제한된 사람은 55건으로 전체의 4%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정부는 법을 강화해 1~3년간 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도록 하는 행정처분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그러나 아직도 ‘성매매는 범죄이자 착취’라는 인식이 낮고, 처벌도 미미해 법 강화가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이현숙 탁틴내일(ECPAT 한국지부) 대표는 “법무부가 필리핀 정부와 공조해 해외 성매매 사범에 대해 수사와 처벌을 강화해 해외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며 “일본이 일본인과 필리핀인 사이의 자피노(Japino)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양육비 청구를 간소화하고, 코피노에 대한 취업 알선 등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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