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신뢰와 지지 회복 위해서는
체질 개선에 역점 두어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오른쪽), 안철수 공동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를 표명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오른쪽), 안철수 공동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를 표명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된 7·30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선거 당일 “이번 선거에서 안정적인 국회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재·보선 후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비롯해 국민안전 법안, 국가대혁신 관련 법안, 경제활성화 및 민생안정 법안 처리 등이 있다. 과반 의석 확보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여기에 더해 ‘지역 일꾼론’을 제기했다.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편, 야당은 정부 무능 심판론과 견제론을 제기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선거 막판에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 인사 참사, 유병언 수사에서 보여줬던 정부의 무능에 대해 책임을 묻는 선거”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한길 대표는 “유권자들의 한 표, 한 표로써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강력한 경고음을 울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는 예상을 깨고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됐을까? 첫째, 야당의 선거 전략 부재다. 재·보선 승패의 결정적 요인은 투표율이다. 역대 재보선에서 보듯이 평균 30%대의 낮은 투표율이 예상될 경우, 결국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유인하는 것이 최대 전략이다.

유권자는 보통 누군가를 혼내주고 싶을 때,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때,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높을 때 투표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야당은 세월호 심판론과 야권 연대를 통해 투표를 유도했다. 그런데 세월호 심판론은 이미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제기됐던 이슈이고, 야권 연대에 대해서는 과거와 같은 전폭적 지지보다는 오히려 피로감을 가중시켰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줄곧 ‘당 대 당 연대’는 없다고 했는데 느닷없이 ‘후보 간 연대’라는 이름으로 이를 관철시켰다. 결과적으로 이런 거짓말 정치는 결국 당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중간층을 흡수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둘째, 경제가 심판을 제압했다. 선거 막판 여당의 경제 살리기 대 야당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충돌했다. 정부는 선거 1주일 전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40조원을 투입하는 등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거시정책을 확장 운용한다는 것을 발표했다.

한편, 야당은 ‘세월호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세월호 특별법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각종 민생법안을 ‘보이콧’ 하겠다고 나섰다. 경제회복과 민생 살리기에 대한 기대의 관점에서 보면 새정치연합은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셋째, 변화 경쟁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새누리당은 선거 막판 흰 반바지, 반소매 티셔츠와 당의 상징 색인 빨간 카우보이 모자, 빨간 운동화 차림으로 선거운동에 임했다. 유권자는 통상 변화하겠다고 몸부림치는 정당에 표를 준다는 것을 새누리당은 잘 간파했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기존의 당 상징 색이었던 파랑 대신 빨강을 택했다. 물론 이런 외형적 변화가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마치 한나라당이 변화하고 있다는 착시효과를 가져왔다.

당시 통합민주당은 변화는 고사하고 친노와 비노 간 공천 갈등으로 날을 세웠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새누리당은 7·14 전당대회를 통해 비주류가 당 지도부를 장악했다. 이런 조그마한 변화가 변화에 둔감했던 새정치연합을 압도한 것이다.

선거 패배로 새정치연합에서는 지도부 문책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당장 비주류인 친노, 486그룹에 의한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문제는 새 지도부를 바꾼다고 야당이 바뀔 것인가에 대한 회의다.

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도체제 개편보다는 체질 개선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 대안을 갖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계파정치의 깊은 늪에서 벗어나 국민과 국익을 위한 정치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도 선거 승리에 도취되어 교만과 독선에 빠지지 말고 국민에게 약속한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다음 선거에서 민심의 회초리는 분명 몰락한 야당보다 승리한 여당에 가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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