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희망나비’, 유럽을 날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희망나비’, 유럽을 날다
  • 김수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07.31 10:05
  • 수정 2018-01-12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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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야영하며 20여 일간 4500km 여정
한국과 일본 넘어 반전과 평화의 보편적 주제로 접근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

 

유럽평화기행단이 유럽의회에서 플래시몹을 선보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희망나비
유럽평화기행단이 유럽의회에서 플래시몹을 선보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희망나비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한 '희망나비'가 20여 일간 유럽 4개국 4500㎞에 달하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6월 20일과 21일 일곱 대의 비행기에 나눠 타고 프랑스 파리로 날아간 이들은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희망나비’ 소속 젊은이들이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국내 대학 캠퍼스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서명운동과 캠페인을 벌여왔던 ‘희망나비’의 주축 멤버들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유럽에서도 해보자’며 올봄 의기투합했다.

의기투합한 ‘희망나비’ 주축 멤버들은 나라를 선정해 코스를 정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사람들을 모았다. 비용은 1인당 350만원. 유럽에서 20여일간 체류하는 비용치고 비싼 편은 아니라지만 적은 돈은 아니다. 현지에서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위한 비용도 필요했다. 그나마 유인물과 단체 티셔츠, 차량 스티커, 현수막 등 홍보에 필요한 비용은 서울시에서 1500만원가량 지원받아 해결했다. 도시와 도시는 9인승 차량 7대로 이동했다. 거처는 캠핑장. 현지에서 대여한 캠핑 장비를 싣고 다니면서 야영을 하고 식사도 직접 해결했다.

 

유럽평화기행단이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플래시몹을 선보이고 있다. ⓒ희망나비
유럽평화기행단이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플래시몹을 선보이고 있다. ⓒ희망나비

이들은 프랑스, 독일, 벨기에, 체코 4개국의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도시들을 순회하며 시민들에게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서명을 받았다. 캠페인 장소에서는 50명이 단체로 ‘셔플 아리랑’이라는 곡에 맞춰 춤을 추는 플래시몹도 선보였다. 20m에 달하는 대형 걸개그림을 바닥에 펼쳐놓고 현지인들과 함께 각국의 나비 그림도 그렸다.

걸개그림 작업을 주도한 이는 고경일(46)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이번 세월호 참사 때 ‘영정 속에 핀 꽃’ ‘만약에’라는 대형 걸개그림을 선보였던 시사 만화가다. 고 교수는 “세계 각국의 나비 그림을 그리면서 다들 호기심을 가지고 재미있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 권력을 가진 사람에 의해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이 피해를 받는 아주 보편적 문제”라며 “지금 위안부 문제에 대해 무엇이 문제이고 누가 사과해야 하는지 정확히 하지 않으면 똑같은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화기행단은 전쟁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박물관과 유적지도 방문하며 기행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그중 나치에 의한 대량 학살이 이뤄졌던 프랑스 오하두흐 마을을 방문해 생존자의 증언을 들었던 일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박주현(24)씨는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에 대해 무뎌졌었는데 현지에서 증인들을 만나면서 전쟁의 두려움이 확 와 닿았다”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속에서 희생된 수 백명의 목숨이 예전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이제는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씨는 6월 24일 파리를 방문한 길원옥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와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할머니의 증언을 듣다 감정이 복받쳐 밖으로 나와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20여 일간의 평화기행에는 현지에서 참여한 부분 참가자들도 있었다. 기행단에게 평화에 대한 강연을 해준 프랑스 소르본 대학 정살렘 교수와 프랑스 음악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파리 마흔 라 발레 대학 교수인 클레흐 알비 감독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평화기행단의 취지에 적극 공감해 1주일 정도 일정을 함께하며 통역을 맡아주기도 했다. 특히 알비 감독은 이번 평화기행을 촬영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했다.

 

유럽평화기행단이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각국의 사람들과 나비 모양으로 대형 걸개그림을 그리고 있다. ⓒ희망나비
유럽평화기행단이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각국의 사람들과 나비 모양으로 대형 걸개그림을 그리고 있다. ⓒ희망나비

젊은 시절부터 ‘평화’가 삶의 테마였다는 일본인 평화운동가 데라시타 다케시(63)씨는 “이번 유럽평화기행은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큰 타이틀이었고 이것은 일본인으로서 꼭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며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일본어 통역을 맡았던 조희연(26)씨는 평소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행동하지 못한 것이 마음의 짐이 돼 참가했다. 조씨는 유럽에서 만난 일본인들에게 서명을 받으며 “(이들이) 단지 모르기 때문에 관심을 못 가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내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알려야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다음 평화기행에는 동생을 보내겠다고도 했다.

강무송(28)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캐나다 여행을 계획하던 중 ‘유럽평화기행’을 알게 되어 방향을 틀었다. 이번 기행에서 영상과 사진 촬영을 담당했던 김상범(24)씨도 유럽 여행을 계획했다 평화기행단에 합류했다. 이들은 평소 위안부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평화기행을 통해 앞으로 희망나비 활동을 계속하게 됐다고 했다.

평화를 염원하는 ‘희망나비’들의 작은 날갯짓이 거대한 폭풍이 되어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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