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올까
그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올까
  • 김소정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07.30 18:03
  • 수정 2018-01-12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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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 초청 특별전 ‘콩고의 눈물’
끝나지 않은 전시 성폭력…반군에 의한 강간 피해 여성의 모습 담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선 오는 8월 15일까지 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 초청 특별전 ‘콩고의 눈물 2014: 끝나지 않은 전쟁, 마르지 않은 눈물’이 열린다. ⓒ김소정 기자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선 오는 8월 15일까지 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 초청 특별전 ‘콩고의 눈물 2014: 끝나지 않은 전쟁, 마르지 않은 눈물’이 열린다. ⓒ김소정 기자

7월 29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대륙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에서 건너온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분투기가 담긴 20여 점의 사진이 1층 기획전시실 한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비기금’ 1호 수령자로 12명 이상의 반군에게 강간을 당하고 남편을 잃은 레베카 마시카 카추바(Rebecca Masika Katsuva)와 제2, 제3의 마시카들의 고통스러운 삶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44) 초청 특별전 ‘콩고의 눈물 2014: 끝나지 않은 전쟁, 마르지 않은 눈물’에서다. 정씨는 지난 6월 1일부터 28일까지 한 달여간 콩고로 가 내전 한가운데서 성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채 살아가는 콩고 여성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 특별전은 지난 2012년 박물관 개관 이래 처음 선보이는 개인 특별 초청전이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선 오는 8월 15일까지 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 초청 특별전 ‘콩고의 눈물 2014: 끝나지 않은 전쟁, 마르지 않은 눈물’이 열린다. ⓒ김소정 기자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선 오는 8월 15일까지 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 초청 특별전 ‘콩고의 눈물 2014: 끝나지 않은 전쟁, 마르지 않은 눈물’이 열린다. ⓒ김소정 기자

박물관을 운영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는 취재차 콩고를 방문한 정씨에게 일부 취재비를 지원하고, 현지 여성단체 방문과 ‘나비기금’ 전달 등의 활동을 위임했다. ‘나비기금’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길원옥 할머니가 일본 정부로부터 법적 배상을 받으면 자신과 같이 전쟁 중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위해 배상금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2012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발족됐다. 마시카를 비롯해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과 자녀들이 지원을 받고 있다.      

20여 점의 사진 하나하나는 모두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깊은 한숨이 느껴져 가슴을 내내 짓눌렀다. 반군의 무자비한 난도질로 왼쪽 뺨에 선명한 칼자국이 생긴 마시카부터, 강간으로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안고 있는 마마 사라, 시장 짐꾼으로 일하며 하루 3~5달러로 삶을 연명하는 62세 고령의 강간 피해자 안젤라니 무싱기, 3명의 반군으로부터 집단 강간을 당한 3살의 여아 오르탕스, 성폭력으로 임신해 부른 배를 잡고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14살 소녀 엘리자베스까지. 이 땅의 여성들은 전쟁의 상처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치열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마시카 레베카 카추바(사진 왼쪽)는 본인도 성폭력 피해자이면서 다른 피해자와 강간으로 인해 태어난 아이들, 전쟁 고아들 60여 명을 돌보고 있다. ⓒ정은진
마시카 레베카 카추바(사진 왼쪽)는 본인도 성폭력 피해자이면서 다른 피해자와 강간으로 인해 태어난 아이들, 전쟁 고아들 60여 명을 돌보고 있다. ⓒ정은진

사진 속 여성들은 모두 표정이 없다. 희망을 잃은 듯 활기 없는 표정과 두려움을 넘어 분노로 가득찬 눈빛은 이 여성들이 앞으로 죽을 때까지 감당해야 할 어마어마한 고통의 무게를 보여주는 듯했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 평온하게 젖을 빠는 아이와 달리 반대편 바닥을 향해 고개를  떨군 한 여성의 모습은 비극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들의 가정과 일상은 파괴됐고, 끝없는 강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들의 정신은 피폐해져 갔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해요. 남편들은 도망갔고 우리는 또 돌볼 애들까지 있어요. 몇몇은 HIV(에이즈 바이러스)도 걸리고요. 여자들이 땔감을 구하러 인근 밀림으로 가면 그곳에서 매일같이 성폭력을 당해요.” 콩고 동부 주요 도시 ‘고마’ 인근에 설치된 무궁가Ⅲ 난민 캠프에 살고 있는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증언이다. 강간으로 태어난 아이들과 함께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비참한 일생. 그들의 눈물은 언제나 마를 날이 올까. ‘NO WAR’ ‘모든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등의 문구가 적힌 수많은 노란 나비들이 힘찬 비상을 준비하듯 특별전 오른쪽 철망에 한가득 매달려 있었다. 

남자 친구와 함께 특별전을 관람하던 조우미(26)씨는 “우리만 당했다고 생각했는데, 옛날 일이라 생각했는데 현재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너무 끔찍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안선미(34) 정대협(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팀장은 “박물관을 다녀가신 분들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시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한 마리의 나비가 되는 결의를 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은진(44)씨는 “아프리카의 현재는 우리 과거다. 우리나라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여성인권이 유린됐고, 세계 열강의 분할 통치로 인해 내전을 겪었다”며 “이 사진전이 우리 사회를 하루아침에 바꾸지는 못하지만 아프리카의 실상을 알리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콩고의 눈물’ 특별전은 8월 15일(일·월요일 휴관)까지 열린다. 문의 02-365-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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