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의 장남 유대균(44)씨와 그의 ‘호위무사’로 알려진 박수경(34)씨가 3개월간의 도피 끝에 검거된 후 연일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들의 검거가 세월호 참사 원인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박수경씨를 둘러싸고 온갖 가십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느라 그런 것이다. 언론이 쏟아내는 그에 대한 추측성 보도들은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늘 그렇듯이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은 ‘여성’. 이번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은 박수경씨다.

검거되는 순간부터 박씨의 인권은 없었다. 극악한 연쇄살인범도 검거될 때 일반적으로 얼굴을 가리고 수갑 찬 손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박씨과 유씨가 검거될 때는 대부분의 언론이 이 두 사람의 얼굴을 여과없이 보도했다. 유씨는 세월호 참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고 박씨 또한 범죄자를 숨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얼굴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기반한 ‘인권보도준칙’에 어긋난 일임에 분명하다.

‘드라마’는 검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쓰여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박씨의 ‘미모’였다. 검거될 때 보도된 박씨의 준수한 외모는 ‘미모의 호위무사’ ‘미녀 쌈짱’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을 달궜고, 네티즌들은 박씨의 과거 행적을 낱낱이 찾아 드러냈다. 박씨를 추종하는 팬클럽도 생겼다. 각종 언론들은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걱정하며 혀를 차는 논평들을 내놨지만 박수경씨에 대한 선정적 보도에서 자유로운 언론이 과연 있을까. 박씨의 준수한 외모와 유단자라는 특이한 이력에 집중하던 언론은 3개월간의 도피 생활 동안 좁은 방에 갇혀 지낸 두 남녀에 대해 야릇한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집단 관음증에 걸리기라도 한 듯 두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추측성 보도들이 쏟아졌다.

 

박씨의 외모를 관음증적으로 소비하던 언론은 박씨를 동시에 두 아들을 둔 ‘엄마’로 호명하며 비난했다. 소위 지켜야 할 ‘가정 있고’ ‘애 있는’ 여자가 3개월간이나 외간 남자와 ‘바깥 생활’을 했다는 비난이다. 반면 이러한 비난의 화살은 함께 검거된 유씨는 비켜갔다. 유씨의 부인이나 자녀에 대한 언론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아이를 가진 여성이면 당연히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며 “박씨는 공적이든 사적이든 그것이 종교적 신념이든 간에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박씨가 여성이기에) 비난받을 일이 됐다”고 비판했다. ‘엄마’ 박씨가 받고 있는 비난은 수많은 ‘워킹맘’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많이 닮아 있다.

세월호 참사라는 무거운 사건에 연루된 사람인 만큼 그의 혐의가 가볍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무차별적 인권침해를 일삼는 언론의 보도 행태에 면죄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욱 가혹한 ‘마녀사냥’은 없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유가족들의 단식 투쟁이 7월 30일로 17일째를 맞고 있다. 유가족들이 목숨 걸고 요구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이지 본질과 거리가 먼 ‘가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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