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로 재탄생한 쓰레기 ‘업사이클링’
보물로 재탄생한 쓰레기 ‘업사이클링’
  • 이소영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07.29 20:45
  • 수정 2018-01-11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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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으로 만든 가방, 폭탄 잔해로 만든 팔찌와 귀고리…. 

폐품이나 재고 등 기존 제품을 이용해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eling)’이 주목받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버려진 물건을 다시 쓰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을 합친 말이다. 환경보호와 독특한 디자인은 물론, 실용성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는 국내 업사이클링 기업과 상품을 모아봤다. 

현수막의 무한변신…가방·돗자리로

커피 찌꺼기로 만든 버섯재배 키트 ‘눈길’

 

(왼쪽부터) 에코언니야의 선풍기 커버, 터치포굿의 현수막 화분 커버·가방, 어스맨 팔찌
(왼쪽부터) 에코언니야의 선풍기 커버, 터치포굿의 현수막 화분 커버·가방, 어스맨 팔찌

천막 천 재질의 튼튼한 ‘현수막’은 업사이클링 전문 기업들에 선호도가 높다. 활용도가 높아서다. 2009년 부산 금정구에 설립된 사단법인 ‘에코언니야(http://ecosister.or.kr/)’는 1회 사용으로 소각되는 홍보용 현수막을 수거해 에코백·팔 토시·쿠션 등을 만든다. 최근 가장 있기가 높은 제품은 선풍기 커버. 기존 헝겊 커버와는 달리 세탁이 가능하다. 오랫동안 쓸 수 있어 주부들에게 반응도 좋다. 송순영 에코언니야 사무국장은 “현수막이야말로 새로운 물건으로 탄생하는 데 있어서 그 경계가 없는 것 같다. 주부들이 만들다보니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라고 말했다. 

자원 재활용 사회적기업 ‘터치포굿’(www.touch4good.com) 역시 현수막, 지하철 광고판, 자전거 타이어 등으로 가방·파우치 등을 만든다. 터치포굿이 추천하는 업사이클링 제품은 현수막으로 제작한 ‘가든포굿.’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씌우는 주머니 화분 커버다. 하현욱 터치포굿 팀장은 “재활용과 동시에 식물을 키울 수 있는 효자 상품”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의 마을기업 ‘목화송이’(www.cottonball.kr)에서 만드는 ‘폐현수막 실용 돗자리’도 눈길을 끈다. 돗자리의 한쪽은 폐현수막, 다른 한쪽은 방수천을 덧대 땅의 습기가 올라오는 것을 막았다.  

그런가 하면, 조금 특별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곳도 있다. 소셜벤처기업 ‘어스맨’(www.earthman.asia)의 팔찌와 귀고리는 베트남전쟁 중 라오스에 떨어진 폭탄 잔해로 만들어졌다. 최희진 어스맨 대표는 “라오스 여행 도중 알게 된 현지 공정무역업체와 인연이 닿아 가능한 일”이라며 “라오스 나피아 마을 사람들의 나무 거푸집과 흙가마에서 수작업으로 만든다. 어떻게 보면 절망적인 상품이지만 여기에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수익금의 일부를 생산자 및 마을 공동체에 기부해 경제적 자립에 힘을 보태고 있다. 

 

(왼쪽부터) 패브리커의 디자인 가구, 가정 재배버섯 전문업체 꼬마농부의 버섯재배키트, 리즈솝의 스팅 후 골라낸 결점두(커피콩)을 넣은 커피향초, 도도글라스의 유리병 시계.
(왼쪽부터) 패브리커의 디자인 가구, 가정 재배버섯 전문업체 꼬마농부의 버섯재배키트, 리즈솝의 스팅 후 골라낸 결점두(커피콩)을 넣은 커피향초, 도도글라스의 유리병 시계.

가구 브랜드도 있다. ‘천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패브리커’(www.fabrikr.com)는 폐가구에 패브릭(섬유)을 입힌 디자인 가구를 만들고 있다. 2009년부터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패브리커는 김동규·김성조, 두 디자이너의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업사이클 빈티지 가구 브랜드 ‘매터앤매터’(matterandmatter.com)는 인도네시아의 집이나 어선 등에 쓰였던 목재를 해체해 100% 수작업으로 가구를 만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습기 등을 견뎌내면서 단단해져 내구성이 뛰어나다.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눈여겨본 기업도 있다. 가정 재배버섯 전문업체 ‘꼬마농부’(www.0farmers.com) 이현수 대표가 그 주인공. 이 대표는 3년 전부터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버섯재배 키트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한 개에 5000원인 버섯재배 키트는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 등에서 교육용으로 인기가 좋다. 하루 3번 물을 주고 습한 곳에 놓아두면 일주일이면 커피 찌거기에서 버섯이 자란다. 이 대표는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원두의 0.2%만 사용하고 99.8%는 보통 버려진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퇴비로 활용하면 좋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버섯은 카페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버섯을 기른 커피 찌꺼기는 퇴비가 되어 흙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커피 찌꺼기는 인근 스타벅스 매장에서 얻는단다.  

종로구 옥인동에 위치한 천연 비누·양초 공방 ‘리즈솝’은 고양이 사료 캔을 재활용해 모기를 쫓는 커피콩초를 만든다. 변민숙 리즈솝 대표는 “커피콩(커피나무의 씨)은 크기가 너무 작을 경우 버리게 된다. 이걸 버리지 않고 초를 만들면 좋겠다 싶었다”며 “동네에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이 많아 아이디어를 내봤다”고 말했다. 

병만큼 재활용이 쉬운 물건도 없다. 유리공예 공방 ‘도도글라스’는 빈병을 시계·화분·조명·접시로 재탄생시킨다. 환경조형학과를 나온 이정렬 도도글라스 대표는 “우연히 길을 가다가 깨진 유리병을 보고, 한번 녹여볼까 하고 가져온 것이 훌륭한 유리소품이 됐다”며 “업사이클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맥주병·소주병과는 다르게 재사용이 불가능한 드링크병과 와인병을 사용하고 있다. 환경의식까지 키울 수 있어 수강생들에게도 인기가 좋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신세계백화점의 데님 편집숍 ‘블루핏’ 재고와 코오롱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의 재고로 만든 의류, 귤 껍질 등으로 만든 이니스프리 제품 포장지
(왼쪽부터) 신세계백화점의 데님 편집숍 ‘블루핏’ 재고와 코오롱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의 재고로 만든 의류, 귤 껍질 등으로 만든 이니스프리 제품 포장지

패션업계와 화장품업계에서도 업사이클링 바람이 불고 있다. 코오롱FnC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래코드(RE:CODE)’를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래코드는 폐기 직전인 재고 의류 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디자인을 가미한 신제품으로 만들어낸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이니스프리’도 화장품 원료로 쓰고 남은 귤 껍질이나 제주도 앞바다에 뒤덮인 파래 등으로 종이를 만들고 이를 제품 포장지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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