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재앙 가자사태, 국제사회 나서야
인도적 재앙 가자사태, 국제사회 나서야
  •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승인 2014.07.24 09:10
  • 수정 2018-01-11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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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11일 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암만 후세이니 모스크 앞에서 요르단 무슬림형제단과 시민 수 백 명이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가자를 지지하는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였다. ⓒ뉴시스
18일(현지시간) 11일 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암만 후세이니 모스크 앞에서 요르단 무슬림형제단과 시민 수 백 명이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가자를 지지하는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였다. ⓒ뉴시스

팔레스타인 서남부에 위치한 서울 절반 크기의 가자지구에 인도적 재앙이 이어지고 있다. 2주 이상 이어진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과 포격에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다. 660명 이상이 사망하고 약 4300명이 부상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가장 많은 인명 피해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충돌 사상 최대 인명 피해다. 문제는 어린이와 여성 희생자가 절반에 달한다는 것이다. 병원 및 구호시설도 포격을 당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도 청소년 납치 살해다. 이스라엘 10대 청소년 3명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납치 살해된 것이 보복의 시작이다. 팔레스타인 소년 한 명도 유대인들에 의해 납치돼 산 채로 불에 탔다.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로켓포를 발사하고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이 무차별 군사작전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상군도 투입돼 근거리에서 민간인 시설이 포격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시설 공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 등 무장세력이 민간인 시설에 거점을 설치하고, 이를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수적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당화될 수 없는 주장이다. 현재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하마스의 충돌은 전쟁이 아니다. 가자지구나 팔레스타인은 현재 국가가 아니다. 아직도 이스라엘의 실질적 점령 상태에 놓여 있는 곳이다. 전쟁도 아닌 상황에서 어린이와 여성 희생자가 발생했다면 공격이 즉각 중단됐어야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어지는 민간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공습과 포격을 지속하고 있다.

명분에도 문제가 있다. 이스라엘 청소년 납치살해는 가자지구가 아닌 예루살렘 서쪽의 요르단강 서안지역에서 발생했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역은 이스라엘 영토에 의해 분리돼 있다. 납치살해범이 누구인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테러세력을 소탕하고 이들의 로켓 발사시설 및 땅굴을 파괴한다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명분도 상당히 약하다. 가자지구에 거점을 두고 있는 하마스는 2006년 이후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하지 않고 있다. 2006년 1월 총선에서 승리해 팔레스타인의 집권세력으로 부상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무장단체에서 정치세력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의 과도한 군사작전을 놓고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월 팔레스타인의 두 정치 세력인 파타(Fatah)와 하마스가 통합정부를 구성한다고 합의한 것이 그 배경이다. 6개월 내 총선을 통해 정부가 구성될 예정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를 막고자 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두 세력으로 분열돼 있다는 구실로 평화협상을 거부해 왔다. 국제사회도 팔레스타인 협상 주체가 단일화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통합정부가 구성되면 이스라엘로서도 평화협상을 거부하기가 어려워진다.

과도한 민간인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도 개입하기 시작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이집트의 휴전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현지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즉각적으로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항구적인 휴전협상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인도적 재앙을 막기 위해 그리고 구호물자를 투입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도 즉각적으로 이를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휴전이 아니라 평화를 구축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거의 매년 있어왔다. 휴전이 돼도 반복적으로 인도적 재앙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가자사태에서도 400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불 끄기’ 방식의 처방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이-팔 분쟁의 해결이 어렵다고 한다. 예루살렘 관할권, 난민 처리, 수자원 분배 등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이-팔 분쟁은 ‘모범 답안’이 나와 있는 갈등이다. 1967년과 1973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안 242호와 338호를 이행하는 것이다. 두 결의안의 골자는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철수하라는 것이다. 전쟁으로 획득한 영토는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점령지에서 계속 정착촌을 건설하면서 현재 상황을 영구화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은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며 두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피하려 하고 있다. 다만 유혈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양측이 자제하고 휴전하라는 ‘땜질식’ 처방만 촉구할 뿐이다. 팔레스타인에서 어린이와 여성이 지난 60년간 희생돼 온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서정민 교수
서정민 교수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는 

이집트 카이로아메리칸대학에서 정치학 석사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중앙일보 국제부 카이로 특파원으로 중동에서 4년 반 동안 활동했다. 저서로는 ‘부르즈 칼리파: 대한민국이 피운 사막의 꽃’(2010), ‘인간의 땅, 중동’(2009) 등이 있다. 중동 정치경제, 이슬람, 테러리즘, 인권 및 시민사회 등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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