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논란’ 아픔 딛고 해외로, 연봉 최대 1억…메디컬 테스트 남아
국내 WK리그 출신 1호 유럽 진출...9~10월 인천아시안게임 차출 여부 주목

 

러시아로 이적이 확정된 박은선 선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러시아로 이적이 확정된 박은선 선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 여자축구 간판 스트라이커 박은선(28·서울시청)이 로시얀카WFC(러시아)로 이적한다. 국내 WK리그 출신 선수가 유럽 리그 이적은 사상 처음이다. 여자축구 전체에선 올 초 첼시 레이디스(잉글랜드)로 이적한 지소연(23)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시는 7월 22일 박은선의 로시얀카 이적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로시얀카가 지난 7월 2일부터 적극적으로 공식 영입을 요청했고, 박은선의 의사를 반영해 이번 이적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1990년 창단한 로시얀카는 모스크바 인근 크라스노아메이스크를 연고로 하는 러시아 여자축구 챔피언십의 신흥 명문이다. 1990년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러시아 여자축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러시아 여자축구리그 4회 우승, 5회 준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4위에 그치며 리그 5위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정상급 기량을 갖춘 박은선 영입을 강하게 원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기간과 연봉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연봉은 최대 현재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선의 올해 서울시청 연봉은 5000만원. 서울시청과의 자매결연 및 선수단 전훈 교류 등의 조항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박은선은 로시얀카의 메디컬테스트와 세부 계약 사항에 대한 최종 조율을 마치면 로시얀카 유니폼을 입게 된다.

당초 올 시즌을 마친 후 해외 이적을 계획했던 박은선이 마음을 바꾼 데에는 여자축구계에 파문을 일으킨 ‘성별 논란 사건’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WK리그 정규리그에서 19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오른 박은선은 서울시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은 ‘박은선에게 성별검사를 하지 않으면 다음 시즌 리그를 보이콧하겠다’며 공격했다.

오랜 시간 방황을 거듭해온 그에게 성별 논란은 또 한번의 깊은 상처를 안겼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들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 대한축구협회 및 여자축구연맹에 징계 권고를 내렸지만 현재까지 징계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은선은 지난 6월 7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대한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훈련에만 집중하려고 하고 있다”며 애써 강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박은선의 러시아행은 9월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여자축구 대표팀에도 타격이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인한 A매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출전을 위해선 해당 구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9월 15일 첫 경기부터 10월 1일 결승전까지 15일 정도 차출 기간이 필요하지만 구단이 이를 허락할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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