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왕초보 기자의 도슨트 관람 체험
‘20세기 위대한 화가들-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20세기 위대한 화가들-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전시는 르누아르부터 로댕,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까지 근·현대를 대표하는 거장 화가들의 작품을 인상주의부터 현대미술까지 시기별로 관람할 수 있는 자리다. ⓒ김소정 기자
‘20세기 위대한 화가들-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전시는 르누아르부터 로댕,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까지 근·현대를 대표하는 거장 화가들의 작품을 인상주의부터 현대미술까지 시기별로 관람할 수 있는 자리다. ⓒ김소정 기자

“르누아르는 아이와 여성을 주제로 행복을 그린 화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를 갖게 된 이후부터는 주로 어린아이를 많이 그렸는데 ‘챙이 넓은 모자를 쓴 피에르 초상화’를 보시면 부드럽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르누아르 그림의 특징인 홍조 띤 볼도 이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말 오후 4시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 20여 명의 관람객들이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을 설명하는 도슨트(전시해설) 자원봉사자 김태희(24)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20세기 위대한 화가들-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전시는 르누아르부터 로댕,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까지 근·현대를 대표하는 거장 화가들의 작품을 인상주의부터 현대미술까지 시기별로 관람할 수 있는 자리다. ⓒ김소정 기자
‘20세기 위대한 화가들-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전시는 르누아르부터 로댕,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까지 근·현대를 대표하는 거장 화가들의 작품을 인상주의부터 현대미술까지 시기별로 관람할 수 있는 자리다. ⓒ김소정 기자

6월 27일부터 진행 중인 ‘20세기 위대한 화가들-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전시는 르누아르부터 로댕,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까지 근·현대를 대표하는 거장 화가들의 작품을 인상주의부터 현대미술까지 시기별로 관람할 수 있는 자리다. 뉴욕, 마이애미, 모나코, 홍콩 등 전 세계 12개국에서 수집된 미술 거장 53명의 오리지널 작품 104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미술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소화하기 벅찰 만하다. 하지만 이날 기자는 40분가량 이어진 김씨의 전시 해설을 들으며 쉽고 재밌게 그림을 관람할 수 있었다.

르누아르에 이어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에서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에서 모두 발걸음을 멈췄다. “모네의 이 작품은 자신이 특별히 좋아했던 지베르니 풍경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모네의 대표작인 ‘수련’의 배경이 된 장소이기도 합니다.” 19세 후반에서 20세기 초 등장한 인상주의는 초기 혹독한 비평을 받았다. 인상주의는 시시각각 변하는 사물의 색상과 빛이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해 그림에 담았는데 색을 섞지 않고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도슨트 자원봉사자 김태희(24)씨가 초현실주의 대표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승리의 코끼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슨트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 6시 등 총 하루 4회 운영된다.
도슨트 자원봉사자 김태희(24)씨가 초현실주의 대표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승리의 코끼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슨트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 6시 등 총 하루 4회 운영된다.

현대조각의 아버지라 일컫는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청동상과 프랑스 여성 화가 마리 로랑생의 ‘목걸이와 여인’을 지나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승리의 코끼리’ 앞에 섰다. 코끼리 다리는 얇고 길어 거미의 다리를 연상케 했다. 초현실주의는 프로이트의 저서 ‘꿈의 해석’ 내용에 기반을 두고 있는 미술사조다. 무의식에 잠재된 욕망의 표출을 주 내용으로 하는 이 저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득했던 혼돈과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김씨는 “회화와 달리 중력의 영향을 받는 조각의 특성과 초현실주의가 결합해 신비로운 인상을 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코끼리 청동상 뒤로 괴상한 달리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화가들의 성적표’라는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본인을 포함해 영감, 독창성, 진실성 등 시대를 대표한 화가들의 작품을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계산해 놓은 것이다. 자신에게는 평균 이상의 후한 점수를 매겨 스스로 천재성을 부각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달리의 성적표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도슨트 자원봉사자 김태희(24)씨가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Mrs. K의 초상화’ 앞에서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소정 기자
도슨트 자원봉사자 김태희(24)씨가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Mrs. K의 초상화’ 앞에서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소정 기자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옆모습’, 한스아루퉁의 ‘T1985-H13’ 등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 작품을 지나 ‘기회의 땅, 미국’ 전시관으로 갔다. 한층 밝아진 내부 조명은 선명하고 뚜렷한 색감을 지닌 작품들과 조화를 이뤘다. 푸른빛이 감도는 앤디 워홀의 ‘Mrs. K의 초상화’가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작품의 주인공은 독일인 사업가의 크롤 부인이다. “긴 목과 깊은 눈을 가진 것으로 묘사됐는데, 초상화를 본 부인이 직접 앤디 워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고 전해집니다.” 1950년대 라디오와 컬러 텔레비전의 발명은 대중문화의 발전을 이끌었고, 미국에서 앤디 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이라는 팝아트 거장을 탄생시켰다. 팝아트는 대중문화와 예술의 경계에 있는 미술사조다. 

아들에게 만화를 그려주며 만화를 사용한 기법의 강한 전달력을 깨달았다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무제’, 미켈란젤로를 동경해 그의 동명 작품을 모티브로 제작한 화가 이브클라인의 ‘죽어가는 노예’는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말로 들었을 때 좀 더 와닿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브클라인은 파란색에 집착해 ‘인터내셔널 클라인즈 블루(IKB)’라는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고, 아무것도 없는 ‘텅빈’ 전람회를 열어 화제를 일으킨 인물로 유명하다. 이브클라인은 데미안 허스트, 줄리안 오피와 함께 1980~90년대 유럽에 반향을 일으킨 영국의 젊은 예술가들을 일컫는 ‘yBa’에 속한다.

 

그래피티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의 ‘날고 있는 경찰관’. 제복을 입은 엄숙한 경찰관의 모습과 상반되는 웃는 얼굴은 테러 방지 목적으로 경찰관을 증대한 영국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그래피티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의 ‘날고 있는 경찰관’. 제복을 입은 엄숙한 경찰관의 모습과 상반되는 웃는 얼굴은 테러 방지 목적으로 경찰관을 증대한 영국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모든 것은 예술’이라 칭하는 현대미술의 특징은 뱅크시의 ‘날고 있는 경찰관’에서 잘 나타났다. 뱅크시는 1980년대 주목받기 시작한 스트리트 아트의 대표 주자로 그래피티 작품을 통해 정치적·사회적 발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제복을 입은 엄숙한 경찰관의 모습과 상반되는 웃는 얼굴은 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영국 정부가 경찰관을 증대한 것을 해학적으로 풍자하는 장치다. 

데이비드 마크의 작품 ‘마티스’ ‘미니 마릴린먼로 세트’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멀리서보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일상에서 쓰이는 성냥, 트럼프 카드 등을 재료로 한 것들이다. 이 작가는 현대사회의 과잉생산과 소비행태를 고발하는 작품을 주로 만들어 왔다. 아이돌그룹 빅뱅 태양이 소장한 ‘많은 호랑이’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리타 까벨뤼의 아시아의 인상 연작 시리즈.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한국 여성의 모습을 그림에 담았다.
리타 까벨뤼의 '아시아의 인상' 연작 시리즈.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한국 여성의 모습을 그림에 담았다.

전시장 한 켠을 가득 채운 네덜란드 화가 리타 카벨뤼의 ‘아시아의 인상’ 연작 시리즈 작품은 웃음을 유발했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그려진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여성과 달리 한국 여성은 동그란 얼굴에 쌍꺼풀 없는 작은 눈, 황톳빛 피부로 표현돼 있었다. 꼿꼿한 자세나 정면을 응시하는 깊은 눈동자는 비교적 특징을 잘 살리고 있었다. “이 화가는 네덜란드 국립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열어 10만 명이라는 최대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시아 여성의 슬픔과 역사적 상처를 표현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날 도슨트와 함께한 전시 관람은 그림에 흥미를 갖게 하고 이해를 돕는 데 단연 효과적이었다. 

김태희씨는 “하루 두 번, 주 2회 나오고 있다. 투입 전 한 달 정도 교육을 받고 작품에 대해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작은 규모 전시에서만 도슨트를 했었는데 큰 곳은 처음이라 떨렸다. 직접 해보니 앞으로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20세기 위대한 화가들-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전시는 르누아르부터 로댕,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까지 근·현대를 대표하는 거장 화가들의 작품을 인상주의부터 현대미술까지 시기별로 관람할 수 있는 자리다. 9월 17일까지 열린다.
‘20세기 위대한 화가들-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전시는 르누아르부터 로댕,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까지 근·현대를 대표하는 거장 화가들의 작품을 인상주의부터 현대미술까지 시기별로 관람할 수 있는 자리다. 9월 17일까지 열린다.

도슨트 교육을 담당한 한솔BBK 강지혜 홍보마케팅팀장은 “미술 관계자나 전공자에 머물렀던 전시 관객층이 블록버스터 전시가 늘어나면서 일반인으로 확대됐다”며 “이런 추세와 맞물려 일반인들은 도슨트 설명으로 더욱 깊이 있는 관람을 원하고 있다. 도슨트 시간에 맞춰 전시장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9월 17일까지 열린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평일 오전 11시, 오후 2시·4시·6시 총 4회 운영(주말 및 공휴일은 운영 안 함)한다. 입장료는 성인 1만3000원, 초중고생 1만원, 유아 8000원.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50% 할인 적용되며 오후 9시까지 연장 개관한다.

문의 1899-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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