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전문직종이 ‘성평등’ 지수는 낮아
성평등 의식이 시간제 일자리 만드는 주요 척도

 

직장 여성들의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직장 여성들의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은 50.2%이다.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정부 슬로건하에서 일자리의 ‘양’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단기간 내 만들어질 수 있는 일자리가 ‘질’적인 측면까지 보장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성 고용률과 마찬가지로 여성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전년 대비 0.5%포인트 증가해 17.4%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독일, 스웨덴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시간제 근로가 고용률을 높이는 데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절반(53.2%) 수준이란 점이다. OECD 국가 평균 84%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는 점도 걸린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제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전일제 근로자의 28%, 고용보험 가입자는 17.3%, 직장건강보험 가입자는 17.9%, 국민연금직장 가입자는 13.5%에 불과하다. 전체 시간제 일자리의 대다수를 채우고 있는 여성 시간제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여성 일자리 ‘질’을 일·가정 양립, 성평등, 고용안정, 근로조건(임금·승진 등) 등 4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일·가정 양립과 성평등 지수가 높은 업종은 음식숙박업, 도소매업이다. 하지만 이 업종들의 고용안정성과 근로조건은 낮다. 반면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이 비교적 나은 금융보험업은 일·가정 양립과 성평등 지수가 낮다.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교육·출판업의 경우 일·가정 양립이나 성평등 지수는 평균 이하다. 대표적 고학력 전문직종인 ‘과학기술서비스업’의 여성 일자리의 질은 14개 산업 중 건설업 다음으로 꼴찌 수준이다.

고학력 전문 직종의 일자리에서 보이는 ‘성평등’ 지수는 좀 심각하다. 성평등이 가장 취약한 업종은 금융보험업, 교육서비스업, 전문과학서비스업, 출판통신정보서비스업 등 고학력 전문직종이었다. 교육서비스업은 남성보다 월평균 급여가 137만원이 적고, 금융보험업의 상용직 근로자 남성보다 22%포인트나 적다. 우리나라의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이 왜 OECD 국가 중 꼴찌이며 제자리걸음인지를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이제는 일자리의 ‘질’을 생각해봐야 한다. ‘양질’이 아닌 일자리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고 결국 고용률도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직종 간 편차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여성 일자리의 ‘질’적 수준에 대한 하한선을 규정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여성친화적’ 일자리가 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일·가정 양립은 가능하나 남자 직원들에 비해 고용안정성이나 근로조건이 나쁘다면 결코 여성친화적일 수 없다. 성평등은 여성친화 일자리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고학력 여성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공감대가 있으나 정작 여성 일자리로서 고학력 직종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고학력 전문직종에서 여성 일자리의 기회 확대와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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