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네덜란드 일간지 트라우(Trouw)지 경제부 남성 기자의 시간제 경험담

 

23일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네덜란드 일간지 Trouw의 경제팀 쿠스 슈바르츠(54) 기자의 모습. ⓒ여성신문
23일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네덜란드 일간지 Trouw의 경제팀 쿠스 슈바르츠(54) 기자의 모습. ⓒ여성신문

“딸이 없었어도 주 4일로 일했을 겁니다.”

네덜란드 일간지 트라우(Trouw)에서 경제부 기자로 일하고 있는 쿠스 슈바르츠(54)씨는 시간제 일자리를 하게 된 이유가 처음엔 육아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에겐 초등학교에 입학한 6살 딸이 있다. 현재 그는 지난 2008년 딸이 태어난 뒤부터는 주4일 시간제 근무로 기자 일을 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풀타임으로 일했다고 했다. 기자 직업 자체가 바쁘고 업무 강도가 센 편인 것은 네덜란드라고 다르지 않았다.

‘월요병’이 없는 삶

슈바르츠씨에겐 ‘월요병’이 없다. 월요병은 한국인들에겐 주말 후 맞이한 월요일에 특히 피곤한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월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그에게 월요병이 있을 리가 없었다. 월요일은 딸을 위한 날이자 자신을 위한 날이기 때문이다. 월요일을 쉰다는 사실은 업무에서도 중요한 원칙이다. 대부분 월요일에 잡힌 일정에는 “저는 월요일에 일하지 않습니다”라 말하고 취재 날짜 변경을 요청한다. 그런 경우 대부분은 일정이 조정된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네덜란드 기업인 DSM CEO와 인터뷰 조정이 서로 너무 안 맞아 딱 한 번 월요일에 일했다고 했다.

그는 월요일과 토·일요일 사흘 동안 내리 쉬는 주 4일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화·수·목·금을 일하고 토·일·월을 쉰다. 그는 이에 대해 “매주 작은 휴가를 얻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월요일은 딸과 함께 시작된다.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점심을 함께 먹기 위해 잠깐 집으로 데려온다. 오후 3시30분 이후에는 귀가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월요일만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 월·화요일은 오전 8시30분까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준다. 아직 1학년이라 점심에 집으로 데려와야 하는 요일에는 주로 회사가 가까운 자신이 데려와 함께 점심을 먹는다.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아이 엄마는 전일제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더치 남성들, 최근엔 시간제로 질 좋은 삶 추구”

그가 일하고 있는 트라우 신문사에는 전일제보다 시간제로 일하는 이들이 많다. 일간지 체제에서 가능한 시스템이냐는 질문에 “충분하다. 가장 윗선과 바로 밑 2~3명을 제외하면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가 속한 경제팀은 7명 중 2명의 풀타임을 제외하고 나머지 2명은 월요일에 쉬고, 다른 2명은 수요일, 다른 한 명은 목요일에 쉬고 있다고 했다. 남녀 할 것 없이 선택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들의 임신·출산 후 일·가정 양립을 위해 시작됐다. 법적으로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직업 경력이 단절되는 걸 막기 위해 시간을 줄일 권리를 법적으로 보완하면서 시작됐지만 현재는 남녀 할 것 없이 여건이 되는 조직은 시간제 일자리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물론 승진이나 연금 등은 남은 문제다. 그는 “일반 기업에서 일하는 이들 중 승진을 염두에 두고 높은 직위까지 올라가길 원하는 이들은 시간제로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시간제 비율이 높은 만큼 성별 임금차이도 개선해야 할 문제다. 임금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는 “몇몇 직업군은 정말 여성들만의 직업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 교사, 사회서비스 업이 해당된다.

반면 경제 분야는 여전히 남성들이 대다수다. 기자들도 경제 분야는 남자 기자들이 더 많다. 그는 그러면서도 “요즘은 남성들도 가정이나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게 중요시되고 있다”며 “4일을 일하면서 더 질 좋은 삶을 살 수 있는데 왜 5일을 일해야 하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네덜란드에선 전일제는 ‘성공하고 싶은 이들’, 시간제는 ‘삶을 즐기고 싶은 이들’로 구분되고 있다고 했다.

그 스스로도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일 중심으로 살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난 뒤로는 일이 좀 덜 중요해졌다. 생각이 바뀐 게 큰 변화”라고 말했다. 때때로 일을 하다 아이를 픽업(pick-up)할 시간이 다가오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일에 100% 집중하지 못해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런 문제는 대부분 아이가 있는 이들이 겪는 문제쯤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는 경제부 기자지만 때때로 네덜란드에 차만큼 도로를 차지한 자전거에 대해 글을 쓴다. 최근에는 프랑스 자전거 여행에 대한 책을 쓰고 있기도 하다. 그에게 주 4일 시간제 일자리는 관심 영역을 확장시키는 또 다른 기회의 시간들이다.

쿠스 슈바르츠씨는 1987년부터 네덜란드 일간지 트라우(Trouw)의 정치부, 환경부, 경제부 기자로 일했고, 2000년부터 10년간 출판사에서 일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트라우지 경제팀 에디터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는 ‘네덜란드는 더 열심히 더 재밌어지고 있다’(2000)가 있으며 최근엔 프랑스 자전거 여행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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