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위안부’도 세상 밖으로 나와야”
“독일인‘위안부’도 세상 밖으로 나와야”
  • 독일 베를린=이가람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07.20 09:08
  • 수정 2018-01-11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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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 ⓒ여성신문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 ⓒ여성신문

“한국에선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할머니들의 사연이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 독일 사회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조차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가 할 역할은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을 독일로 초청해 공개 강연을 열고, 독일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증언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것입니다.”

독일에서 일본군위안부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한정화(사진)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지난해 옛 동독 지역 로스토크의 한 여성단체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옛 서독 지역에서는 몇 차례 강연 요청이 왔지만, 동독에서는 드문 일이라 호기심이 생겼다. 초대 받은 날짜에 맞춰 위안부 할머니들과 그곳을 찾은 한 대표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군에게 집단 강간을 당한 독일 여성들이 있다는 문서는 있는데 아직 증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자유대학과 훔볼트대학에서 일본학과 한국학을 전공한 한정화 대표는 자연스럽게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성노예로 강제 동원된 일본군위안부에 관심을 두고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독일인 위안부 문제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 사회는 아직까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어요. 이런 사회에서도 여성폭력에 대한 증언이 나오지 않는데, 한국에서 이런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는 건 유의미한 거죠. 한편으론 한국에서 그치지 말고, 독일인 피해자들이 하루 빨리 증언을 해주길 바라고 있어요.”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 ⓒ여성신문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 ⓒ여성신문

1978년 파독 간호사였던 어머니와 함께 독일에 온 한정화 대표는 한국에서 중등학교를 마쳤지만, 독일어를 몰라 가톨릭계 초등학교 여자 기숙학교에 들어갔다. 보통 독일인보다 3년이나 늦게 들어갔기 때문에 학교 적응이 어려웠지만, 그때 받은 인종차별이나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지금 시민단체 일을 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코리아협의회는 1990년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했던 독일·한국 학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독일 시민에게 남북한 이슈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코리아협의회는 2008년 통역 자원봉사를 하면서 알게 됐어요. 아들 셋 육아를 끝내고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통역일을 하게 됐는데, 대학에서 한국학과 일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코리아협의회 측에서 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는 한국·독일·폴란드·프랑스·중국·일본 대학생들과 함께 과거사를 극복하는 교류 프로그램 ‘에프리’를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독일 로버트보쉬재단에서 후원해 만든 이 프로그램은 관련 대학에서 추천받은 학생들과 함께 세계대전 전쟁 지역을 다니며 ‘민족주의는 어떻게 형성되고, 현대로 오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대부분 국제적 이슈에 대한 감각이 있는 학생들이 많아요.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가 벌인 참혹한 전쟁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결과와 반응이 좋아 다행이에요.”

그는 오는 8월 초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독일로 초청해 공개 강연을 함께 다닐 예정이다. 이번 해에는 독일 울름에서 열리는 전시 ‘전쟁과 얼굴’에 특별 게스트로 초대됐다. 지난 4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피살된 독일인 사진기자 안야 니드링하우스의 보도사진 등 전쟁 현장에서 찍은 작품을 전시한다. 할머니들은 이 전시회에서 공개 증언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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