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WITH TFT’ 통해 계열사로 확산
유한킴벌리, 여성 배려 넘어 다양성 측면에서 접근
‘컨트롤 타워’ 갖추고 여성 우수 인재 육성과
일·가정 양립, 다양성 관리 등 조직문화 혁신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한화투자증권빌딩 2층에 마련된 한화그룹 직장어린이집 공개 행사에서 워킹맘과 자녀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화그룹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한화투자증권빌딩 2층에 마련된 한화그룹 직장어린이집 공개 행사에서 워킹맘과 자녀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화그룹

여성 인재를 적극 지원하고 육성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다. 최고경영자(CEO)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과 조직 내 제도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둔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여성인력에 대한 강력한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현재의 기형적인 성별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화그룹과 유한킴벌리도 여성 인재의 퇴사는 기업 경쟁력의 손실이라는 점에 공감하며 기업 차원에서 여성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회 여성인재 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포럼’에서 두 기업의 담당자를 초대해 여성 인재 지원 시스템과 사례를 소개하고 행사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포럼은 100개 기업·기관과 정부부처가 함께 만든 첫 민관 협력체인 ‘여성인재와 양성평등 TF’의 구성원들이 우수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처음 모인 행사였다. 

한화, CEO 의지·직원들의 변화 노력 ‘시너지’

한화그룹은 지난해 9월부터 일·가정 양립지원 제도를 전사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임신·출산·육아 등 생애 주기별로 세심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김승현 회장은 2010년부터 여성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성인력 육성 시스템 강화에 나서겠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한화그룹은 우선 모성보호 제도를 강화했다. 임신한 직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임신기 근로단축제를 도입하고, 임신부 업무지원품과 제도 안내서 등을 담은 ‘맘스패키지(Mom's Package)’를 제작해 임신한 직원은 물론 배우자와 아내가 임신한 남직원에게까지 축하기념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임신을 한 직원에게는 임신부를 표시하는 핑크색 사원증 목걸이를 제작해 임직원이 배려할 수 있도록 했다.  

난임 여성의 임신을 돕기 위해 최대 180일의 휴직제를 시행했다. 유산 또는 사산한 경우에도 7일부터 최장 90일까지 휴가를 낼 수 있다. 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육아를 위해 1년 동안 쉴 수 있다. 영아를 키우기 위해 출산 뒤 9개월간, 초등학교 입학 전후 손이 많이 가는 시기에 3개월간 쉴 수 있는 것이다. 직장어린이집은 서울 2곳, 지방 4곳 등 전국 7곳에 설치됐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재 한화그룹에는 여성 임원 11명을 포함해 총 1만1150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다. 특히 팀장급 이상 여성인력이 2012년 4%에서 2014년 5월 현재 15%로 껑충 뛰었다. 

앞서 소개한 제도들은 지난해 5월 그룹 인력팀 산하에 마련된 ‘WITH(Women In Tomorrow Hanwha) TFT(태스크포스팀)’를 통해 이뤄졌다. WITH TFT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각 계열사별 남녀 직원 70여 명을 개별 인터뷰해 지원제도를 구성했다. 

발표자로 나선 송현진 한화그룹 WITH TFT 매니저는 “앞으로 여성인력 육성과 활용을 위해 육아휴직 평가제도 개선, 다양성 교육 커리큘럼 확대를 추진하고, 내년에는 한화 WITH 콘퍼런스도 개최할 예정”이라며 “한화가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단기간에 여성인력 육성에 많은 성과를 낸 것은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여성 스스로가 문제를 의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해준 각 계열사의 지지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유한킴벌리 본사 느티나무그늘방에서 여직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여성신문 DB
유한킴벌리 본사 느티나무그늘방에서 여직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여성신문 DB

유한킴벌리, ‘KWIN’으로 또 한번 조직혁신 시도

유한킴벌리는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권장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육아휴직 사용률과 사원 만족도를 조사하고 임신부 간담회 등을 마련해 제도 사용을 권유하고 있다. 유한킴벌리가 사내 육아휴직 사용률을 조사한 결과 2006년 4.8%에 불과했던 연평균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해마다 상승해 지난해에 92%에 이르렀다. 출산한 여성 10명 중 9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이다. 회사 내 출산율도 1.8명으로 지난해 기준 한국 출산율 1.19명을 뛰어넘는다.

유한킴벌리가 직원들에게 육아휴직을 권하는 이유는 단지 여성 직원에 대한 배려 때문만은 아니다. 유한킴벌리의 가족친화 경영은 남녀 구성원 모두의 행복이 곧 기업의 생산성 확대와 지속가능 경영으로 이어진다는 경영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실제로 주요 품목인 기저귀는 시간당 생산량이 2001년 3만3800개에서 2011년 5만3600개까지 늘어났다. 

모유 수유 공간인 ‘느티나무그늘방’과 사내 보육시설인 ‘푸른숲 어린이집’ 등 기반 마련과 시차출퇴근제, 현장출퇴근제 등 스마트워크 운영에도 앞장섰다. 이를 통해 신입사원 중 여성의 비율은 2010년 27%에서 2013년 42%로 늘었다. 여성임원 비율도 2014년 5월 현재 17%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특히 올해는 여성 직원들의 네트워크장인 ‘KWIN(Korea Women Interactive Network)’의 출범으로 유한킴벌리의 가족친화 경영에 새로운 도약점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발족한 KWIN은 다양성과 포용의 일환으로 마련된 조직으로 여성 직원 모두가 스스로 경력 계발에 참여하고 사내 활동 영역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장이다. 기존에 여성 임원 중심으로 조직된 여성위원회가 한 단계 발전한 셈이다. 

김혜숙 유한킴벌리 다양성관리최고책임자(상무)는 “KWIN은 격식을 차리지 않고 여성들끼리 선후배 동료를 서로 이끌고 배울 수 있는 네트워크”라며 “성장·연결·참여·소통 그룹으로 나눠 멘토링, 리더십 교육, 경력유지 프로그램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KWIN은 오는 10월 일반 여성들도 참여할 수 있는 여성 콘퍼런스로 확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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