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돌아선 민심 돌아오지 않아
국민 이기고 가르치려 말고 국민 명령 따르는 겸손한 자세 보여야

 

박근혜 정부가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훨씬 많아지고 있다.

한국갤럽 7월 1주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평가는 4주 연속 하락했다(47% →43%→42%→40%). 반면 부정평가는 상승세를 타면서 50%대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중요 정치 기반인 50대 연령층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등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 7·3 한·중 정상회담 이후 보수 진영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표출되고 있다.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에 이상 조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여하튼 그동안 박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외교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를 개조한다는 차원에서 전면적 개각을 단행했다. 하지만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데 이어 2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이 자질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동아일보·R&R 조사(7월 5일)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인선에 대해 부정평가가 65.6%로 긍정평가(30.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박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임을 결정하면서 “높아진 인사 기준 탓에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언급한 대목에 대해서도 ‘인사 논란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2.1%를 차지했다.

자질 논란에 있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선에 대해서는 71.4%가 ‘장관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대답했다. 김 후보자는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과 관련, “단독 저자로 올린 1건에 대해서는 제 실수”라며 “뼈아프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 후보자는 이밖에 논문 표절 의혹과 연구비 부당 수령 의혹, 부당한 주식 거래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어떻게 이런 부절적하고 부도덕한 인사를 교육부 수장으로 임명했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더구나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나야 할 사람을 국회 청문회에 버젓이 세우는 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인사 참사에 대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사위원장인 자신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 무슨 당치 않은 말인가? 책임이 있으면 책임을 지든지 아니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방하고 재신임을 묻든지 해야 한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박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인사’라는 응답이 34%로 가장 많이 나왔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김 실장이 스스로 용단을 내려야 한다. 말로만 책임이 있다고 하고 행동으로 보이지 않으면 국민을 기만하고 동시에 정부를 욕보이는 것이다.

다음 달이면 벌써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6개월을 맞이한다. 그런데 그동안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를 접하면서 느낀 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원칙과 신뢰는 간 데 없고 오직 불통과 교만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원칙과 신뢰였다. 그런데 막상 집권하고 나서는 이것이 무참하게 깨졌다. 원칙은 편의주의에 의해 흔들렸고 잦은 약속 위반으로 신뢰는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개조 과제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국가 대개조 범국민위원회를 만들어 봐야 옥상옥에 불과할 뿐이다.

박 대통령은 작금의 상황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한번 돌아선 민심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분명 박 대통령이 처한 현재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을 이기고 가르치려 하지 말고 국민의 명령에 따르는 겸손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끊임없이 국민과 진정으로 소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과 국회에서 부적절하다고 판정을 내린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을 철회하는 용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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