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규영 한국대학펜싱연맹 회장
‘한미대학펜싱선수권대회’ 통해 ‘운동을 통한 공부’ 모델 전파

 

정규영(39) 한국대학펜싱연맹 회장이 7일 대표로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로러스엔터프라이즈 본사 건물에서 여성신문과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규영(39) 한국대학펜싱연맹 회장이 7일 대표로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로러스엔터프라이즈 본사 건물에서 여성신문과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운동만 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은 사회 나가면 적응을 잘 못해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시스템이 한국에 도입돼야 합니다. 한미대학펜싱선수권대회가 그런 시스템을 배우는 장이 될 것입니다.”

정규영(39) 한국대학펜싱연맹 회장은 최근 스포츠계 화두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Education Through Athletics)’ 이야기를 꺼내며 “스포츠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씨가 지인들과 함께 사비를 털어 시작한 한미대학펜싱선수권대회가 어느덧 4회를 맞았다. 한국과 미국 대학생 220여 명이 참가한 올해 대회는 7월 8일부터 10일까지 수원 종합운동장 내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대회 기간 스탠퍼드·하버드·예일 등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에 있는 8개 명문 사립대학) 학생 검객 90여 명이 한국을 찾아 공부와 운동의 균형 모델에 대해 강연했다.

정씨의 펜싱 사랑은 남다르다. 2007년 동양인 최초 펜싱 금메달리스트인 김영호 전 국가대표 감독과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펜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모교인 스탠퍼드대학 펜싱협회장을 맡아 아파트 담보대출까지 받아가며 운영비 부족으로 없어질 위기에 놓였던 대학 펜싱팀을 살려냈다. 2008년 12월에는 국내 최초 펜싱클럽인 2008년 로러스 펜싱클럽을 창단, 한국 펜싱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는 2011년부터 한국대학펜싱연맹을 이끌어오고 있다.  

 

정 회장은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모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시스템이 잘 정착돼 있고, 선수들은 대학 졸업 후 의사, 변호사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 회장은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모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시스템이 잘 정착돼 있고, 선수들은 대학 졸업 후 의사, 변호사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펜싱이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 사람들은 잘 몰라요. 신체적 우월함보다는 지적인 전략과 순발력, 상황대처 능력이 승패를 좌우합니다. 머리 좋고 손기술에 능한 우리 국민에게는 매우 잘 맞는 종목이죠.”

정씨는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모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시스템이 잘 정착돼 있어요. 선수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의사, 변호사, 기업인, 정부 관료, 금융인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요. 운동이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 아닌 거죠. 이런 시스템이 한국에 도입되면 우리나라 체육계가 더 건강해지고, 체육인들을 사회 중요한 구성원으로 길러낼 수 있어요.” 

공부만 하던 한국 여학생 2명이 펜싱을 통해 아이비리그에 입학한 것은 좋은 사례다. 차유진(21) 미국 브라운대 펜싱부 학생선수와 지난해 예일대 진학을 확정한 이래나(19) 선수다. 이래나 선수는 로러스 펜싱클럽의 1호 학생이다. 방송인 클라라의 사촌동생으로 그룹 ‘코리아나’ 멤버 이용규씨의 딸이기도 하다. 차유진 선수는 지난해 대회에 출전해 운동과 공부를 성공적으로 병행한 경험을 한국 선수들과 학부모들에게 들려줬다.

정씨는 앞으로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까지 대회 참가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종목도 체조와 수영 등을 추가로 채택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와 미·중·일 4개국 대학의 선수들이 함께 모여 각 대학의 체육 시스템을 비교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할 거예요. 이를 통해 한국에 최적화된 모델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