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시선으로 읽는 여성과 남성
‘젠더와 사회’는 15개의 시선으로 여성과 남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학문 분야에서 다뤄지는 젠더 관련 쟁점을 두루 짚어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다. 대학 교양강의를 염두에 두고 집필해서인지 내용 전개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여성학에 대해 남성들이 더 관심을 많이 갖는 이때,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넘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줄만하다.
사실 젠더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그 뜻은 잘 모를 때가 많다. 젠더란 생물학적 성(sex)과 구별되는 사회·문화적으로 내면화된 성별 규범을 말한다. 흔히 젠더는 여성성(feminity)와 남성성(masculinity)으로 구분하는데,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로 작용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 여성성이 차별받았고, 그 차별은 심각한 편견과 오류를 양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젠더 문제가 권력의 문제임에도 사람들은 단지 “신체적 차이에 기반을 둔 본질론적 사고”에 따라 여성과 남성의 문제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성 역할 규범들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했다. 이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1부에서는 연애와 몸 가꾸기, 가족, 노동, 미디어, 남성문화 등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특히 가족과 일터도 집중 조명하는데 “여성을 여성으로 남성을 남성으로 만들어가는 핵심 조직”이면서 최근 급변하고 있는 가족구조가 여성과 남성의 삶과 관계를 뒤바꿔 놓기 때문이다. 그중 일터는 최근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속에서 여성들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남성성에 관한 장을 별도로 만들어 한국 사회에서 남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존재론적 의미와 남성 문화의 위기 상황도 진단한다. 그런가 하면 걸그룹을 포함한 아이돌에 포위된 우리네 일상에 어떤 변주를 거치는지도 조명한다.
‘젠더와 사회’는 이론적 배경뿐 아니라 성평등을 향한 실천적 전략도 상세하게 다룬다. 그 한 가지 전략은 이런 것이다. “가족 내 여성의 책임으로 주어진 돌봄노동을 사회화해 가기 위한 복지정책이야말로 젠더체계의 재구성과 동시에 한국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는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 시점을 가족에서 사회로, 다시 국가정책으로 넓혀가며 여성과 남성의 공존 방안을 제시한다. 여성과 남성은 다르다. 그 다름은 우월을 가리는 기준이 돼선 안 된다. 오히려 공존을 위한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젠더와 사회’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에둘러 말하지 않으면서도 차이를 통한 공존의 가치를 제대로 짚어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