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만 챙기는 나쁜 ‘친권’
보상만 챙기는 나쁜 ‘친권’
  • 김수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07.02 15:59
  • 수정 2018-01-05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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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에게 아이 돌려보내게 하는 ‘친권’
친권보다 실질적 양육기여도 우선시해야

 

부모같지 않은 부모들의 권리 행사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A씨는 12년 전 이혼 후 홀로 두 딸을 키우며 한 달에 6만원씩 딸 앞으로 보험금을 납입했다. 전남편은 3년 정도 월 30만원씩 생활비를 보내왔을 뿐 양육에 참여하지 않았다. 전남편은 딸의 발인이 끝난 다음 날 시체검안서 10부를 떼어 가 딸 앞으로 나온 사망보험금 5000만원의 절반을 수령해 갔다. ‘친부’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첫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도 이혼 후 8년간 연락조차 없었다는 어머니에 의한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와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고 때도 있었다.

자녀의 양육에 기여하지 않고도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몹쓸’ 권리 행사를 하는 것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은 부모에게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권’을 부여하고 자녀를 보호·양육하고 재산을 관리할 권리이자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상속에 대해서도 부모는 우선권을 갖는다. 현행법상 상속의 순서는 배우자와 자녀, 부모, 형제자매 순으로 되어 있어 성인이 사망했다 하더라도 결혼하지 않고 자녀가 없는 경우 부모가 상속권을 갖게 된다. 조부모 등 친족이 양육을 담당했어도 상속의 우선권은 부모가 갖는다.

이 같은 유사한 사례들이 잇따르자 생물학적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양육 기여도에 따라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2의 ‘최진실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명 ‘최진실법’은 배우 최진실씨의 사망 후 자녀들에 대한 전남편 고 조성민씨의 친권 회복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만들어진 법(민법 제909조의2)으로, 이혼한 부부 중 친권자로 지정된 일방이 사망한 경우 생존한 부모의 친권이 자동으로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의 판단을 거치게 한 것이다.

자녀가 사망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양육기여도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명숙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은 “이혼 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양육비 지급이나, 양육 기간 등 부모의 다양한 양육 형태를 다 감안하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어야 한다”며 “부적절한 친권자에 대해서는 후견인이라든가 다양한 형태로 친권 행사를 정지하거나 상실시키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재무이사는 “최근 사건들뿐만 아니라 이런 경우들은 일상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케이스별로 법원에서 재량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녀의 권리이기보다는 부모의 권리인 ‘친권’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도 늘 문제제기돼 왔다. 올봄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칠곡·울산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부모의 친권이 도마에 올랐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80%가량이 부모지만 자녀 학대로 부모의 친권이 박탈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국가와 사회에 의한 친권 제한이 보다 강력해지지 않는다면 학대당한 아동은 결국 가해자인 부모의 손에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부당한 친권 행사에 대해서는 ‘친권 상실’로 그 권리를 빼앗을 수 있지만, 친권 상실은 그야말로 부모와 자녀 간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키는 것이라 극단적 피해 상황이 아니라면 국가가 개입해 친권을 제한하기는 어렵다. 이런 현실이 친권에 무소불위의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신상희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장은 “친권이 어떤 부분에서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에서 강력한 권한을 주는 것은 호주제의 습관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지금도 이혼 시 친권은 아버지가, 양육권은 어머니가 갖는 경우가 많아 친권과 가부장 사회에서의 ‘부권’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처럼 과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친권에 대해 법무부는 지난 4월 당장 형사처벌을 하거나 친권을 상실시킬 정도는 아닌 ‘부당한 친권 행사’로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해 친권을 ‘일시정지’ 혹은 ‘일부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에게 신체적·성적 학대를 가하거나,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아 부모의 친권을 포괄적으로 정지시킬 필요가 있을 때 부모의 친권을 ‘일시정지’할 수 있고, 부모가 개인적·종교적 신념 등으로 치료 거부, 의무교육 거부 등 특정 사안에 대해 부당하게 친권을 행사하는 경우, 그 특정한 범위에 한정해 친권을 제한할 수 있게 됐다. 또 현행 민법상에서는 친권 상실 청구가 검사와 친족만 가능했는데 이를 학대당하는 자녀 본인과 지방자치단체의 장까지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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