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은 허황된 담론 논쟁 아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 정치형 이슈’에 집중해야

정치인들의 록 페스티벌이라 불리는 스웨덴의 ‘알메달렌(Almedalen) 정치 박람회’가 지난 6월 29일부터 여름 휴양지인 고틀란드(Gotland) 섬에서 개최되고 있다. 정치 박람회는 1968년 스웨덴 사민당 올로프 팔메 총리가 이 섬에 놀러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당이 추구하는 비전과 정책을 설명하는 즉흥 연설에서 시작됐다.

최근에는 스웨덴 의회 의석을 가진 8개 정당이 하루씩 배정받아 당 대표들이 저녁에 정치연설을 하고, 정당들은 각종 정책 세미나를 개최한다. 따라서 국민들은 각 정당들의 정책을 현장에서 비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여하튼 정치 박람회는 정치권이 국민과 소통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열린 장소로 기능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이 정치 박람회에 참여해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박람회를 통해 느낀 주목할 만한 몇 가지 사항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스웨덴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다. 최근 이 박람회에서는 정당뿐만 아니라 미디어 그룹, 이익집단, 시민단체, 공공기관과 기업, 지방자치협의회 등 다양한 조직들이 참여해 수많은 세미나가 개최된다.

올해에는 3308개의 세미나가 준비됐다. 그런데 이런 세미나들은 스웨덴 사회가 소중하게 여기는 복지, 양성평등, 인권과 같은 가치들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웨덴 사회는 이런 가치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끊임없이 지키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세계 최고 수준의 양성평등을 실현하고 있는 스웨덴에서 여성당의 출연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사소하지만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이슈에 대한 세심한 배려다. 특히 아동 인권에 대한 배려가 인상적이었다. 가령, 난독증 환자 어린이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책이나 교재를 발간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눈에 띄었다. 더욱이 어린아이들이 시력이 나빠져서 안경을 착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두통을 없애기 위해 복용하는 약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체 약품을 개발하는 단체도 있었다. 아동학대 등을 막기 위한 ‘아동 옴부즈맨’ 단체의 활동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은 작은 이슈라도 세심하게 살펴야 보다 큰 이슈를 처리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나온 것 같다. 스웨덴 정부조직인 사회부에 아동 문제만을 전담하는 ‘어린이 장관’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셋째, 박람회에 참여하는 각종 단체와 조직은 공익적 이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합의다. 박람회에는 수많은 이익집단이 참여한다. 그런데 이런 집단들이 다루는 세미나의 주제는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보다는 스웨덴 미래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제약회사연합회에서는 국민 건강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노총은 21세기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런 스웨덴 정치 박람회가 우리 정치에 던지는 함의는 참으로 크다. 우선, 여야 정치권이 모여 우리 사회가 어떤 미래를 만나야 할지 진지하게 논의하고 협의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권은 7·30 재보선에서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선거 공학적 측면에만 접근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허황된 담론 논쟁이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 정치형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 더 이상 ‘박근혜 지키기’와 같은 이슈들이 7·30 재·보선의 핵심으로 부상하지 않도록 선거정치의 질을 높여야 한다.

셋째, 정치권은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들은 주저없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전국 선거 이후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의 투표율은 평균 30%대로 지극히 낮다. 이런 저조한 투표율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의무 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지만 투표율이 80%대에 이르고 있다. 국민이 정치 박람회에 적극 참여하는 것과 같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투표하기 때문이다.

열네 살 어린이에게 왜 정치 박람회에 참여했냐고 묻자 “정치가 좋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치에 대한 이런 긍정적 자세가 스웨덴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인 것 같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