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여인지사 대표 서울시 여성상 대상
여인지사 모태로 여성평화문화센터 건립 꿈
여성운동 지속가능하려면 ‘연대’ 늘려야

 

“큰 나무에 꽃도 피고 새도 찾아오듯이 여인지사가 더 많은 남북한 여성들이 화합하고, 여성·평화·인권 전문가들이 연대할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제11회 서울특별시 여성상 대상을 차지한 최영애(63·사진)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이하 여인지사)’ 대표는 이같이 수상 소감을 밝히며 여인지사가 남북한 여성들과 진보 단체들의 ‘평화 허브’로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최 대표는 ‘성폭력’이란 단어조차 낯설던 1991년 한국성폭력상담소를 개설해 여성인권 신장에 앞장서왔다. 성폭력특별법 제정에 역할을 했고, 직장 내 성희롱 사건과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 해결에 기여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초대 사무총장과 상임위원(차관급)을 역임하는 등 공공분야에서 취약 계층 여성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한 명실상부한 여성인권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현재는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 대표를 맡아 성폭력 예방을 위한 활발한 활동과 북한이탈 여성의 인권 지원과 남북한 여성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 대표는 수상하면서 가장 기쁜 점으로 그동안 함께 탈북 여성 이슈와 남북한 여성들의 화합을 위해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점을 꼽았다. 사실 그동안 최 대표가 여인지사를 꾸리고, 세상에 알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는 탈북 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은 탓도 있지만, 탈북 여성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것에 세월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권위에서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많은 탈북 주민들을 만나면서 진보 단체들조차 탈북 주민 문제에는 주저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정치적 이슈와 맞물리기 때문에 적극적 지원이 쉽지 않은 것이 이유였죠. 하지만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문제였기에 제가 뛰어들었죠.”

그는 인권위 상임위원을 마친 뒤 지난 2008년부터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사과정에 들어가 연구하고,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을 만나며 지원사업을 구체화했다. 이렇게 최 대표가 여성·인권·북한 분야를 경험한 전문가이기에 여인지사도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인지사는 탈북 여성 복지 지원 단체는 아니다. 인권 지원과 함께 탈북 여성들과 남한 여성들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탈북주민 2만5000명 중 여성이 70~80%에 달하지만, 탈북자와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많은 편견과 차별 속에 살고 있어요. 이 문제를 화합과 연대를 통해 풀어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남북 여성 합창단 ‘여울림(여성들의 어울림)’을 만들었어요. 남북 여성이 함께 수다를 떨고 춤과 노래를 연습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이 됐죠.”

최 대표는 수차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선배 여성운동가로서 지속가능한 여성운동을 위해 더욱 다양한 소수자 영역과 연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기관(GO)과 시민단체(NGO)를 모두 경험하면서 전체에서 여성운동을 볼 수 있었어요. 전체 인권 분야에서 여성만 떨어져서 운동하는 것은 백래시(반발)를 부를 수 있어요. 정치권이나 어느 조직에서 여성 할당에 대한 말을 꺼내는 순간, 그 사람을 자기 것만 챙기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요. 그래서 더 많은 연대가 필요합니다. 우리 문제만큼이나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금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해요.” 

최 대표의 꿈도 역시 ‘연대’와 관련이 깊다. 그는 여인지사가 더 많은 남북한 여성이 연대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여성평화문화센터를 건립하고 싶다고 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대척점에 있었던 여성들이 한 공간에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제한적 범위에서 활동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적극적 의미의 평화적·문화적 소통을 펼칠 계획이에요. 특히 이 안에서 탈북 여성들이 평화·인권 전문가로 성장해 또 다른 여인지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