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지사’, 기득권 내려놓고 ‘연정’ 추진 중
‘10 to 4’ 등 여성 일자리 만들기 주력할 것
‘따복마을’ 등 공동체 회복 통한 여성문제 해결

 

취임 며칠 전 여성신문과 만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상식적인 것이 민심이라고 말했다.
취임 며칠 전 여성신문과 만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상식적'인 것이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카페에서 편안하게 대화하면서, 직장 끝나고 소주 한잔 하면서 나오는 얘기들이 민심입니다. 여야, 지역, 나이 이런 것들을 떠나서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들은 아주 상식적인 것이죠. 거기에 민심이 있다고 생각해요.”

‘혁신 도지사’를 내세우며 젊고 개혁적 이미지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승리를 거머쥔 남경필(49) 경기도지사는 보수나 진보 같은 이념을 떠나 ‘상식적’인 것이 민심이고, 민심이 있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큰 게 아닙니다. 싸움박질 좀 하지 마라, 선거 때는 경쟁하더라도 선거 끝나면 힘을 합해라, 네거티브 하지 마라, 선거 때만 찾아오지 말고 평소에도 좀 잘 해라 같은 아주 쉬운 얘기들입니다. 상식적인 정치죠. 이것만 잘하면 사랑받는 도지사가 될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5선 국회의원이면서도 ‘소장파의 좌장’으로, ‘여당 속 야당’으로 불리며 개혁 성향을 보여 온 그는 도지사 당선 직후에도 “혁신 도지사가 되겠다”며 전례가 없는 ‘연정’을 추진 중이다. 그가 말하는 혁신의 기본은 권력 분산과 기득권 내려놓기. “저부터 기득권을 버리고 권력을 내놓아야 여야가 서로 소통하는 협치가 가능합니다.”

취임을 며칠 앞두고 여성신문과 만난 남 지사는 선거 기간 만났던 여성들, 특히 이번 6·4지방선거의 캐스팅보트가 됐다는 ‘앵그리맘’의 표심에 대해서도 “힘을 합쳐 국난을 극복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뜻에 맞게 여야가 싸우지 말고 힘을 합쳐 상생과 소통의 정치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렸다”며 “이런 점에서 제게 한번 기회를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진보, 보수가 어디 있겠느냐”며 실용을 강조한 남 지사는 가장 중요한 여성문제로 일자리를 꼽았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제시한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70만 개의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45만 개 수준으로 정체돼 있어요. 나머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자녀 양육과 양립 가능한 수요 맞춤형 ‘10 to 4’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들의 노동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황 분석과 직종 발굴, 일자리 창출 규모 파악 등 수요조사 실시로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기업 고용환경 개선을 통해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4050 경력단절 중장년 여성들을 위해서는 전공·경력·대상·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기적인 사업체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지역 일자리 수요를 파악해 구인 수요에 맞는 직업교육 훈련 및 취업 알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취임 며칠 전 여성신문과 만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상식적인 것이 민심이라고 말했다.
취임 며칠 전 여성신문과 만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상식적'인 것이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금은 군대에 가 있는 두 아들이 초등학교 다니기 전부터 국회의원이 돼 육아를 비롯한 일·가정 양립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남 지사는 “아이들 자랄 때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지금은 제가 고민하는 것을 얘기할 만큼 친구처럼, 동반자처럼 든든하지만 아쉽고 미안하죠. 아이들도 섭섭해하고요.”

남 지사는 “‘일·가정 양립’ 문화의 정착이나 제도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할 문제인 만큼 자신부터 바꾸고 경기도가 앞장서서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그의 계획은 우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직장 내 보육시설 확충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 가족친화 기업인증제 실시와 가족친화직장 조성을 위한 컨설팅 강화 등이다.

남 지사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대안으로 ‘따복마을’을 제안했다. ‘따뜻하고 복된 마을’이란 뜻의 이 마을은 공동체 회복을 통해 교육이나 복지 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곳으로 올해 시범 운영 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세 모녀 자살사건 등 이웃집에서 자살사건이 일어나도 모를 정도로 공동체가 해체되고, 저출산 같은 문제를 공동체 복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계기로 ‘따복마을’을 창안했습니다. 공동육아가 가능한 이 마을에서는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여력을 서로 나누게 되어 일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인지 따복마을에서는 셋째를 낳는 집이 굉장히 많아요.”

이념보다는 실용과 삶의 질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남 지사의 혁신과 개혁을 위한 ‘정치실험’이 경기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경기도가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길이라 갈등도 있을 테고 벽에도 부딪힐 것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시작이 반입니다.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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