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선거에서 모두 이긴 ‘풀뿌리 선거의 여왕’
주거 문제 해결 위해 4개월째 달동네살이 중
여성친화·안전 정책으로 ‘지속가능’ 이룰 것

 

홍미영 부평구청장 ⓒ부평구
홍미영 부평구청장 ⓒ부평구

“6번의 선거에 나갔지만 이번만큼 승리가 간절한 적은 없었어요. 지난 4년간 재정 문제 등으로 새로운 행정의 프레임을 짜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이번엔 제대로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지속가능한 부평을 만들고 싶다는 제 진심이 구민들에게 전해진 것 같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홍미영(58) 인천 부평구청장은 “주민들이 ‘제대로 한번 끝을 보라’는 의미에서 힘을 보태준 것으로 생각한다”며 당선 소감 대신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풀뿌리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지금까지 출마한 구의원과 시의원, 국회의원 등 6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그에게도 이번 선거는 쉽지 않았다. 4년 전 맞대결을 펼친 상대 후보들이 그대로 출마해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다. 그러나 홍 구청장은 2.5%포인트 차로 상대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인천의 첫 여성 재선 기초단체장의 탄생이다. 

힘든 선거는 끝이 났지만, 그의 고생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월부터 4개월째 십정1동 달동네의 한 노후 주택에서 월세살이 중이다. 홍 구청장의 달동네 살이는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다. 그가 기꺼이 고생을 사서 하는 이유는 지지부진한 십정1동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집에서 음식을 하면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는데 이걸 버리는 게 곤욕이에요. 음식물 쓰레기 수거를 매일 하는 게 아니어서 며칠 두게 되는데 벌레가 꼬여요. 집에 바퀴벌레도 자주 나오고, 방에 습기가 차면 선풍기를 틀어야 하죠. 이곳엔 공가와 폐가가 많은데 장마철이나 해빙기엔 무너질 위험도 있어요. 안전도 취약하죠. 최근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지요. 이 같은 일들을 막기 위해선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빨리 추진돼야 합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부평구의 현안이지만, 사실 구청장 권한 밖의 일이다. 그래서 홍 구청장은 LH가 약속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현장에서 열악한 현실을 적극 알리는 방법을 택했다. 

 

홍미영 부평구청장 ⓒ부평구
홍미영 부평구청장 ⓒ부평구

홍 구청장은 이같이 어려운 일이 있으면 현장으로 달려가는 ‘현장형 구청장’이다. 지난 4년간 부평구 내 22개 동을 돌아다니며 주민과 대화를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동네 노인정에서 숙박을 했다. 

그가 서민들의 삶에 누구보다 공감하는 이유는 그의 이력에서 드러난다. 1978년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부터 인천에서 공부방 겸 탁아소를 운영하며 여성빈민운동을 했다.  

홍 구청장은 기존 구정 운영 방향인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한 정책들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가 그리고 있는 부평구의 미래는 서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성평등한 도시다. 특히 2011년부터 추진 중인 여성친화도시 조성사업은 군사도시, 산업도시라는 기존의 부평구 이미지를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주민의 참여로 만들어질 수 있어요. 부평구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지속가능위원회와 주민참여예산제 등 민관 거버넌스가 활성화되고 있어요. 최근엔 주민, 민간 전문가, 구청이 손을 잡고 인천 최초로 ‘지속가능발전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그는 지속가능 발전의 일환을 인천 유일 안전교육장인 재난안전체험관에 선박·항공 안전 체험 관련 시설을 보강하는 등 아동과 여성이 안전한 도시를 주민들과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재임기간 동안 굴포천 국가하천 지정, 청천농장 정식 산업단지화, 경인선 지하화, 부평구 재난체험관 선박 분야 강화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홍 구청장은 인천시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유정복 인천시장과는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3년을 같이 있었고, 둘 다 기초단체장 출신으로 경험도 비슷하기 때문에 잘 맞춰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구청장이 그리는 ‘지속가능 부평’의 밑바탕에는 주민들이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주민 참여를 강조했다. 

“시민의식이 그 도시를 끌고 나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제 역할이죠. 늘 그래왔듯이 항상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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