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전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흥미진진한 스포츠의 세계인 만큼 곳곳에서 이변이 속출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무적함대 스페인과 전통 강호 잉글랜드는 일찌감치 16강행 탈락을 확정지었고, 약체로 평가받던 코스타리카는 예상을 깨고 죽음의 조로 불리는 D조에서 가장 먼저 토너먼트전에 이름을 올렸다. 뜨거운 골잔치는 전 세계 축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개막전부터 6월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포르투갈전까지 32경기 동안 평균 2.97골이 터졌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최대 수치다. 2014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화제의 순간을 모아봤다.
A조 브라질-멕시코 ‘거미손 오초아의 신들린 선방’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29·아작시오)가 이번 월드컵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18일 브라질과의 A조 2차전 경기에서 멕시코는 오초아의 신들린 선방에 0-0 무승부로 비겼다. 브라질 최고의 스트라이커 네이마르의 슈팅도 오초아의 선방 앞에 침묵했다. 양 팀은 각각 2승1무로 나란히 16강에 진출했다.
B조 스페인-호주 ‘다비드 비야 눈물의 고별전’
스페인 간판 공격수 다비드 비야(32·뉴욕시티)가 은퇴 경기인 호주전에서 눈물을 보였다. 24일 열린 B조 3차전 경기에서 그는 전반 36분 감각적인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반전 12분에 교체돼 나온 그는 벤치에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다비드 비야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이루며 조국의 전성기를 이끈 선수. 그는 이날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됐다. 스페인은 1승2패의 참혹한 점수로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지었다.
C조 콜롬비아-코트디부아르 ‘세레이 디에 눈물 오보 소동’
코트디부아르의 미드필더(MF) 디 세레(30·바젤)가 흘린 눈물을 놓고 부친상 때문이라는 오보가 쏟아졌다. 그는 20일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국가 연주 도중 펑펑 눈물을 쏟아내 축구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전 세계 외신들은 “디 세레가 경기 2시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지만 그는 경기 직후 자신의 SNS에 “아버지는 2004년에 돌아가셨다. 코트디부아르를 대표해 월드컵에 나설 수 있다는 사실에 울컥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진실이 밝혀졌다. 콜롬비아는 이날 경기에서 코트디부아르를 2-1로 누르고 16강에 진출했다. 코트디부아르는 승점 3점(1승1패)으로 현재 조 2위다.
D조 코스타리카-이탈리아 ‘죽음의 조 대이변’
브라질 월드컵 최대의 이변은 단연 D조의 코스타리카다. 우루과이,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월드컵 우승국이 모인 죽음의 D조에서 최약체로 꼽혔던 코스타리카는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코스타리카는 21일 이탈리아와의 2차전에서 브라이언 루이스(29·PSV에인트호번)의 전반 헤딩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우루과이에 이어 2연승을 거둔 코스타리카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반면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는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56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 이 같은 선전을 반영한 듯 FIFA에선 코스타리카 선수 7명에 대한 도핑 샘플을 요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E조 프랑스-스위스 ‘아트사커의 부활’
‘Again 1998?’ 21일 E조 2차전에서 프랑스가 스위스를 꺾으며 16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프랑스는 공격수 카림 벤제마(27·레알 마드리드)의 1골 2도움 활약을 앞세워 5대 2로 승리를 거뒀다. 후반 추가골을 내준 이후 망연자실한 스위스 수비수 리카르도 로드리게스의 뒤로 행복에 겨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프랑스 선수들의 대비되는 모습은 화제가 됐다. 1998년 선수로서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린 디디에 데샹 감독은 경기 직후“98년 때와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며 강한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프랑스는 26일 에콰도르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F조 아르헨티나-이란 ‘해결사 메시의 대활약’
아르헨티나는 ‘살아 있는 전설’ 리오넬 메시(26·바르셀로나)의 대활약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22일 이란의 경기에서 팽팽한 접전으로 막판까지 무승부였지만, 종료 직전 메시의 극적인 중거리 골로 아르헨티나는 1-0 승리를 거뒀다. 메시는 1차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경기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26일 조별리그 최종전 나이지리아전 결과와 무관하게 16강에 올랐다.
G조 독일-가나전 ‘국적 다른 이복형제, 라이벌로 만나다’
22일 열린 조별리그 G조 2차전 독일과 가나의 경기에서 펼쳐진 이복형제의 멋진 경쟁은 축구팬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가나의 케빈프린스 보아텡(27·샬케04)과 독일의 제롬 보아텡(25·바이에른 뮌헨)이 그 주인공. 보아텡 형제는 가나 출신의 독일 이민자 아버지를 둔 이복형제다. 형 케빈프린스 보아텡은 아버지의 나라인 가나를 선택했으며, 동생 제롬 보아텡은 더 큰 무대를 위해 독일을 선택했다. 이들은 경기 시작 전 뜨거운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보아텡 형제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도 만났다. 당시 동생 제롬이 속한 독일팀이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2-2 무승부였다.
H조 대한민국-알제리 ‘손흥민 통탄의 눈물’
알제리전 직후 보여준 대한민국 국가대표 손흥민의 눈물은 축구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대한민국은 23일 알제리전에서 2-4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전반전 알제리에 연달아 3골을 내준 대한민국은 후반 들어 손흥민의 만회 골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으나 끝내 패하고 말았다. 월드컵 첫 득점을 했지만 팀이 패하자 손흥민은 경기 직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H조 최하위로 내려앉은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할 마지막 시나리오는 벨기에를 2점 차 이상으로 이기고 러시아가 알제리를 1골 차로만 승리하는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