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재 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TF’ 출범
성평등 위한 첫 범사회적 민관 협의체
3년간 성 격차 10% 이상 줄이고…여성고용률 61.9%로 끌어올리기로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을 넘어 여성 최고경영자가 탄생할 수 있는 기업으로서 모범을 보이겠다.”
정금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실천 약속 보고대회’에서 이와같이 말했다.
이날 정 부사장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엘지그룹 등 국내 대표적인 100개 기업 대표들과 기관, 정부부처 담당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남녀 격차를 줄이고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들은 여성가족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세계경제포럼(WEF)과 연계해 출범시킨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태스크포스(TF)’(이하 민관 TF)의 구성원으로서 각자 정한 실천 과제를 통해 여성인재들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다짐했다.
직접 정한 과제들을 실천해 3년 안에 여성 고용률은 61.9%로 높이고(현재 53.9%),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성 격차 지수는 10% 이상 줄이겠다는 것. 지난해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136개국 중 하위권인 111위에 머물렀다.
이번에 출범한 민관 TF는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국내 첫 민관 협력체다. 민간기업 100곳과 정부부처 17개,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등 사회 각 분야 대표 117개가 참여한다. 앞으로 3년간 여성고용 확대, 일·가정 양립, 여성 대표성 제고, 양성평등문화 확산 등 4대 목표 아래 관련 실천과제 80개를 추진하게 된다.
이날 참석한 기업 대표들은 현재 추진 중인 여성인력 활용 정책과 각자 수립한 실천계획을 발표했다.
정금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20년 전부터 추진 중인 여성인력 확대 정책의 성과를 소개하며, “육아휴직 확대와 전 사업장 모성보호휴게실 설치 등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터를 구현하고 향후 여성 리더 양성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성권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50% 달하는 사무부문 여성 채용 비율의 증가를 소개하고, “올해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하고 여성인재 1,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민희경 CJ그룹 부사장은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재취업 프로그램인 ‘리턴십’의 성과를 발표하며, 매년 300명 규모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리턴십이 범사회적으로 확산되도록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도 기업들과 적극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셜리 위 추이 한국IBM 사장은 “현재 운영 중인 여성위원회(women’s council), 성 다양성을 위한 별도 팀 등을 통해 여성관리자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서툴지만 한국말로 발표해, 여성 인재 활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유필계 LG그룹 부사장은 “신입 직원 채용에서 여성 비율이 30%에 달하지만, 올해 채용에서부터 소위 ‘스펙’이라고 불리는 자격증, 어학인증시험 등을 보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여성 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기업문화 정착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성이 동등한 기회를 갖으려면 단순히 제도나 법을 바꾸는 것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화와 분위기 달라져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당부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영상을 통해 “지금은 여성의 힘이 국가 경쟁력 좌우하는 시대”라며 “여성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여성의 자아실현은 물론, 국가 발전을 위한 핵심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특히 국민의 인식 변화와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때 여성인재 활용과 양성평등도 실현될 수 있다”면서 “민관 TF가 양성평등 문화 정착의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라며 지속적인 민관 협력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여가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지원단을 구성해 TF 구성원들의 실천계획 수립·이행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들이 자체 수립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민관 TF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실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보이지 않는 기업들도 보이고, 기업들이 과제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당근’과 ‘채찍’도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의 질이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민관 TF 주요 실천 과제 중 하나인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라는 것. 이 때문에 정부의 목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다음 달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실천계획 수립을 위한 민관 TF의 첫 번째 포럼이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