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민희 대한주산의학회 회장
미숙아 가정 지원하는 ‘희망둥이’ 모임 만들어
“배우자의 사망이 정신적으로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그러나 미숙아를 낳은 부모의 슬픔은 그 이상입니다. 이들의 슬픔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인 김민희(60·사진) 대한주산의학회 회장은 수술 일정이 없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매달 미숙아 가정을 방문한다. 신생아 중환자실 휴게실에는 미숙아를 낳은 부모들의 육아일기를 직접 스크랩해서 비치해둔다.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힘을 내라는 뜻에서다. 그의 휴대폰에는 미숙아들과 찍은 사진이 가득하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 국가이지만 미숙아 출산율은 오히려 늘고 있다. 2005년 5%에서 2011년 6.8%까지 올랐다. 고령출산과 임신 중 흡연 증가, 사회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은 미흡하기만 하다.
“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2011년 3월 신림동 최씨사건. 아버지가 미숙아로 태어나 발달장애 의심 증상을 보여왔던 아들을 때려 죽인 사건이죠. 미숙아를 낳은 부모들의 양육부담과 불안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철저하게 고립됩니다. 아이가 작고 발달의 경과가 특이해 주변 부모들과 소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육아서적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숙아를 재활의학과에 보내 잘 걷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몸무게가 1000g도 안 되는 초미숙아 전문의인 김 회장은 “미숙아의 생존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사후관리가 부족하다”며 시청, 구청장 등을 찾아가 미숙아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번번이 면박 당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김 회장은 조기 출산으로 죽어가던 생명이 새로운 삶을 찾았을 때, 삶의 희망을 다시 찾은 가족과 손을 맞잡고 기쁨을 나눈 때를 기억했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서초구청과 함께 미숙아 육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육아 정보를 제공하는 ‘희망둥이 자조모임’을 만들었다. 지역사회에서 미숙아 부모들을 위한 공적인 의료 시스템이 갖춰진 건 처음이다.
자조모임의 주된 활동은 재활치료, 스트레스 관리, 인지발달과 언어치료 등 미숙아 양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미숙아 전문의를 비롯해 간호사 임상심리사, 소아재활치료사, 사회복지사와 팀을 꾸려 관련 직종이 모두 관여해 다양한 질문에 대응하고 설명한다.
김 회장은 오랜 꿈이 이루어져 뿌듯하다면서 “이제 우리 사회도 미숙아를 살리는 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고 선진국처럼 신체적·정신적 발달을 이해하고 적극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미숙아는 자칫하면 복지의 틈새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도 미숙아 가정을 향해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