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마이맘’
엄마를 찾아 30년 전으로 돌아간 아들의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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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이맘'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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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기획

어머니와 아들이 18살 동갑내기가 되어 만났다. 30년 전으로 돌아간 아들은 꿈을 꾸고 사랑을 할 줄 아는 한 소녀와 조우한다. 한 평생 자식 뒷바라지만 하며 살았던 희생의 ‘어머니’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들의 앞에는 당당하고 씩씩한 가수지망생 소녀만이 있을 뿐이다.

뮤지컬 ‘마이맘’은 한 인간이자 여자였던 어머니의 꿈을 응원한다. 어머니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꿈을 접은 채 살아온 이 시대 모든 여성들에게 희망의 선물을 안긴다. 그리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많은 작품에서 다뤄진 통상적 소재다. 하지만 아들이 떠난 과거로의 여행이 어머니를 비로소 이해하고 어머니의 인생을 변하게 하는 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마이맘’의 회귀(回歸)는 특별하다.

공연이 시작되고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건 무대 한 가운데 놓여있는 기타. 분식 장사를 하며 홀로 아들 건우를 키우는 어머니에게 기타는 그저 가게의 일정 공간을 차지하는 장식품일 뿐이지만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다. 마음 한 구석 고이 간직한 꿈을 상징하는 듯.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무대 뒤로 펼쳐진 스크린에는 허름한 산동네의 모습이 비춰진다. 얼굴도 모르는 데모하다 경찰에 붙잡혀 돌아가신 아버지, 평생 홀로 자신을 키워온 어머니와 지독한 가난을 보여주는 찢어진 짝퉁 나이키 신발. 건우에게 유일한 삶의 탈출구는 ‘춤’이다. 바르게 자라주길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과 달리 건우는 점점 더 삐뚤어지고 춤에 몰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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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기획

누구나 말한다. “곁에 있을 때 잘하라고.” 주인공 건우 역시 그렇다. 매번 어머니에게 투정만 부리던 그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에 몸부림친다. “미안하단 말, 고맙단 말도 못하고 보낼 순 없어.” 신은 건우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지 않았다. 건우는 1981년 12월 어느 날에 불시착(?), 첫사랑에 흠뻑 빠져있는 18살의 어머니 ‘담희’와 만난다. 앞치마와 촌스러운 빨간 목도리를 한 엄마가 아닌 노란 헤어리본에 뱅헤어, 흰 바지와 흰 운동화로 화이트 복고패션을 완성한 세련미 넘치는 한 여성이 눈앞에 있다. ‘담희’를 만나고 비로소 어머니를 알게 된 아들은 어머니의 꿈과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넌 꼭 가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아들의 절절한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뮤지컬 ‘마이맘’은 댄스팀 ‘주아트 컴퍼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화려한 춤과 비트감 있는 음악을 무대 위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90분간 관객들은 울고 웃고,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엄마가 그리는 꿈의 여정을 따라간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 “미안해” “사랑해”라는 단어를 거듭 외치며 쌓아뒀던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곁에 있을 때 하면 될 것을. 이토록 간단한 말을 왜 우리는 평소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걸까.

관객들은 가족의 소중함을 자각함과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의 어머니를 만나게 될 것이다. 작품을 관람한 후 곁에 소중한 어머니가 있다면 ‘꿈’을 물어보자. 어딘가에 고이 잠들어 있을, 아직 살아있는 어머니의 꿈 말이다. 

공연은 7월 20일까지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월아트홀에서 열린다. 월요일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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