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프랑스인 김명실’
프랑스 입양아, 김명실의 일상 통해 해외입양의 이면 다뤄
지난 2월 3일 미국으로 입양된 세 살배기 한국인 남자 아이가 입양 104일 만에 양아버지의 구타로 두개골이 골절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현지와 국내 여론은 들끓었고 해외입양 제도의 허술한 관리시스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잇따랐다.
이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해외입양의 실체와 어두운 이면을 담아내는 작품들은 해외입양의 성공사례에 익숙해져 막연히 입양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이들의 사고에 균열을 내고 있다. ‘프랑스인 김명실’(감독 이지현)도 그 중 하나다. 지난달 개봉한 ‘피부색깔=꿀색’(감독 융 헤넨․한국명 전정식)이 벨기에 입양아인 감독의 아픔을 그린 자전적 다큐멘터리라면 ‘프랑스인 김명실’은 프랑스로 입양된 한 여성의 일상을 제3자의 시선으로 따라가며 해외 입양아들이 어린 시절부터 겪었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지현 감독이 프랑스 유학시절 만난 쎄실 들래트르(한국명 김명실)는 1971년 한국에서 태어나 26개월 때 프랑스로 입양됐다. 어울리지 않는 영화 제목은 프랑스인이면서도 이방인으로 살 수 밖에 없는 해외 입양아들의 외로운 현실을 나타낸다.
“대부분 외모를 보고 실수하지. 날 프랑스인이라고 생각지 않아. 프랑스 문화권에서 쭉 자랐는데 이방인으로 날 바라보는 시선, 이상하지 않아?” 영화 초반 쎄실이 던지는 말은 해외입양 아동수 세계 6위로 ‘고아수출국’의 꼬리표를 단 한국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국전쟁 이후인 1955년, 전쟁고아 8명이 미국으로 입양된 후 지금까지 약 20만 명의 한국인 아동들이 국내외로 입양됐다.
이지현 감독은 프랑스인이 돼야 했던 한 개인의 사연과 경로를 탐색해가며 해외입양의 전체 문제로까지 영화가 다루는 범위를 확대시킨다. 영화에는 세실과 남자친구, 그의 가족뿐 아니라 남자 아이를 국내 공개입양한 이진숙 씨 가정의 사연과 해외 입양아들을 비행기에서 만나온 외항사 승무원들의 인터뷰 내용, 입양관련 기관 관계자들의 발언이 등장한다.
이 감독은 “한국 내 해외입양 기관이 기업화돼 있어 너무나 쉽게 아이들이 해외로 보내지고 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도 해외 입양은 지양돼야 한다”며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후 나쁜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기관이나 법의 문제를 떠나 이 영화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해외 입양에 관심을 갖고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입양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입양특례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입양 전 아동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입양숙려제(입양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친부의 입양 동의는 출생일로부터 1주일이 지난 뒤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 신분 노출을 두려워한 미혼모들이 아이들을 몰래 버리는 사례가 증가했다.
2013년 여름 한국을 방문한 쎄실은 몰라보게 발전한 고국의 모습을 보며 이 감독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왜 한국은 아직까지 해외입양을 보내는 걸까?” 우리는 그녀의 물음에 최소한의 응답을 해야 한다. 해외 입양에 대한 관심이 그 출발이 될 것이다.
6월 개봉. 75분 전체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