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뚫고 본선서 2738표 차로 당선… 양천서 첫 여성 구청장
“경선서 여성 가산점 20% 꼭 필요”

 

10일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당선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0일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당선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양천구에는 교육환경이 좋은 곳 중 하나인 ‘목동’이 있다. 그러나 김수영(49·사진) 양천구청장 당선인은 자녀들의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전세 폭탄을 맞아가며 목동으로 이사 온 엄마들의 고민이 여전히 ‘교육’이라고 말했다.

10일 서울 신정동 해누리타운 3층 사무실에서 만난 김수영 당선인은 “양천구는 (동마다) 생활수준의 격차도 있지만 교육에도 격차가 있다”며 “보통 목동 하면 교육특구, 교육에 관심 많은 지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사교육이 발달해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발달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방증한다는 얘기였다. 교육 문제는 이 지역의 중요한 현안이었다. 

김 당선인은 “양천구는 교육이나 복지가 중요한 곳”이라며 “균형 개발 속에서 양천구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 계층을 돌볼 수 있는 복지체계와 안전점검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여성구청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과정에서 누구보다 엄마 유권자들이 구청장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며 “양천구는 주거지역이기에 개발에도 한계가 있다. 엄마들의 관심사인 교육문제, 지역에 있는 저소득 계층의 복지문제에서 접근할 거다. 이 지역은 다 출근하고 나면 여성들과 어르신들이 남아 있다. 이분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복지·교육 정책을 제대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 오경훈 후보에게 1.18%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2738표 차이로 아슬아슬했다. 경선과 본선 과정 역시 녹록했던 것은 아니었다. 양천구 자체의 선거에 대한 피로감도 한몫했다. 지난 2007년부터 8년째 구청장들의 구속, 당선 무효형 등으로 재선거가 두 번이나 있었고 그 사이 행정공백도 컸다. 김 당선인은 “양천구민들 입장에선 선거를 몇 번이나 치르면서 양천구 자존심이 많이 무너지기도 했다”며 “8년 동안 선거를 두 번 거치면서 양천구가 정체된 게 아니냐는 우려와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1년 당시 구청장이었던 남편 이제학 전 구청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자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다. 이 전 구청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맞붙은 한나라당 추재엽 전 구청장과 서로 무고죄로 고소, 당선과 당선 무효를 번복했다. 김 당선인은 남편을 대신하기 위해 출마했다는 비난을 들었던 듯 남편의 구정과는 차별화로 ‘생활정치’를 강조했다. 인터뷰 도중 이 전 구청장에 대해선 ‘남편’이 아닌 ‘이제학 구청장’이라고 불렀다. 본인 개인의 정치적 야망,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권력 의지를 강조했다.

경선 때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였던 허광태 전 시의회 의장에게 0.69%p 차이로 졌고, 우여곡절 끝에 여성가산점(득표의 20%)으로 본선권을 따낸 ‘여성가산점’ 수혜자다. 그는 “이번에 처음 출마한 게 아님에도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에서 0.6% 정도 적게 나왔다”며 “여성이 선출직으로 갈 때까지 당내 위치나 활동이 담보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선 여성가산점 20%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여성들도 좀 바뀌어야 한다. 여성들이 선출직보다 쉬운 비례 쪽을 선택한다. 남성 정치인이 보면 여성들이 특혜에만 기댄다는 비판이나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길이 열려 있다면 보다 많은 여성이 진출하기 위해선 권력의지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여성국장 출신답게 여성 정치인을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4월 갓 제대한 아들이 선거운동을 물심 양면으로 도왔다는 얘기를 할 때는 엄마 미소를 절로 지었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고 후 엄마들의 지지를 더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자신이 이 지역에서 아이를 낳고 살아온 엄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30대 후반 40대 여성들의 표가 많이 움직였을 것으로 본다. 선거운동을 하다 보면 느낌이란 게 있다. 저 역시 양천구에서 아이를 낳고 28년 동안 살았다. 그렇기에 엄마 심정은 제가 잘 안다”며 “엄마 구청장이란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영 당선자는…

1964년 서울 출생, 금란여고,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김대중 대통령후보 선대위 인권위원회 조사부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상임이사, 열린우리당 중앙당 여성국장,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겸임 교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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