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적 남주인공·캔디형 여주인공 도식 구도 반복”
안방극장에서 여성 캐릭터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법조인, 의사, 경찰, 호텔 경영인 등 전문 직종을 갖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남성 캐릭터를 보조하는 역할로서 수동적인 설정에 머무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KBS2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의 경우 차해원(김희선)은 무너진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험난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 강인한 여성이지만, 남주인공 강동석(이서진)을 만난 이후 검사인 그의 위치와 능력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위기에 처한 해원을 먼저 구해주려는 동석의 모습도 종종 나타난다.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에선 여성을 남성의 보조역할자로 한정 짓는다. 남주인공 김석주(김명민)는 거대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로, 여주인공 이지윤(박민영)은 로스쿨 출신의 로펌 인턴으로 설정했다. 거대한 문제에 맞서는 것은 항상 남주인공의 몫이다.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한 친구가 여주인공에게 건네는 ‘넌 아직도 힘들게 살고 있니’라는 대사도 등장한다.
실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이 서울YWCA 양성평등 미디어모니터회와 함께 진행한 지상파 3사와 종편 2사(JTBC, TV조선)의 드라마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약 70%에 달하는 드라마가 성 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5월 한 달간 해당 방송사에서 방영된 총 25편의 드라마 61회 중 42건(69%)에는 남녀 이분법적 구도를 비롯해 남성 주도의 사회지도층 세계, 성 고정관념, 성차별적 언어 사용 등의 요소가 있었다. 성 평등한 내용은 19건(31%)에 그쳤다.
반면 주체성이 강화된 여성 캐릭터를 그린 드라마도 다수다. KBS1 일일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 여주인공 공수임(황선희)은 동생 공들임(다솜)의 친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판사나 기업체 회장에 맞서며 적극적으로 나선다. “22년 전엔 아버지가 힘이 없어 억울하게 당하셨지만 지금은 제가 있어요. 그때처럼 당하지는 않을 거예요”라는 대사는 그의 당당함을 드러낸다.
SBS 주말드라마 ‘엔젤 아이즈’의 여주인공 윤수완(구혜선)은 사고로 시력을 잃고 장애인과 여성으로서의 이중고를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다. 개안수술 후 소방관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어려운 일들을 당당히 헤쳐나가며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이밖에 이혼한 작가로 세 딸과 사는 싱글녀(기분 좋은 날·SBS), 정자 기증을 통해 낳은 아이를 가문의 핏줄이라며 인정하는 외삼촌(사랑은 노래를 타고) 등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긍정적 시각으로 담고 있는 드라마도 있다.
서울YWCA 양성평등 미디어모니터회 측은 “봄철 드라마의 특징은 어려운 난관을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당차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린 캐릭터가 다수”라면서도 “그러나 영웅적 남주인공과 캔디형 여주인공의 도식 구도가 여전하고 성 고정관념적 역할 구현에 머물러 있어 여성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