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내년이면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결산하는 해다. 지난 2000년 새천년을 맞이한 국제사회는 2015년까지 세계의 빈곤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 아래 새천년개발목표를 세웠다. 이는 영양, 보건, 영유아, 여성, 환경,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여덟 가지의 세부 목표로 구성됐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이들 목표의 달성을 위해 유엔을 중심으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결산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분쟁지역 빈곤 국가의 목표 달성이 너무나도 저조하다는 점이 국제사회를 당황하게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적개발원조(ODA)의 약 37%가 분쟁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사용돼 왔지만 어느 한 곳도 단 하나의 개발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인도적 지원은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라는 표어와 같이 정치적 상황과 별도로 추구해야 하는 중립적 행동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분쟁지역에서 일하는 지원기구들은 지역의 평화문제에 관여하다가는 자칫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인도적 사업의 중립성을 훼손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당수의 지원기구들은 지역의 평화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지원사업이 인도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지원을 쏟아 부어도 지역의 분쟁 상황은 인도적 위기를 계속해서 재생산해낸다. 그러니 이에 대한 문제의식 없는 단순 지원은 어쩌면 밑이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의 지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반영해 국제사회는 내년 발표될 포스트 2015 국제개발목표의 12개 예시 목표에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사회 보장’이라는 평화의 목표를 포함시켰다.

한편 국제적 지원활동과 달리 한국의 대북 지원은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대상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에서 이미 그 시작부터 평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한민족이면서도 서로 전쟁 상태에 있는 두 당사자 간의 인도적 협력은 남북한 화해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런 기대와 문제의식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유럽 NGO와 한국 민간단체의 북한 농업, 축산업 지원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한편 북한 주민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는 지원사업을 통해 민간의 교류가 증가할수록 남북의 평화 공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기대가 아니라 이미 경험으로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국제정치와 국내 정치의 역학관계 속에서 남북한 정부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민간의 대북지원도 거의 멈추어 선 상태다. 2010년 이후 모든 종류의 개발협력 사업은 중지됐고,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매우 소규모의 단순 물자지원만 허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점차 개선되는 것처럼 보였던 북한의 인도적 상황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여전히 북한 주민의 70%가량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고, 4%가 급성 영양실조, 27.9%가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새천년개발목표 달성 비율도 36%로 36개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가장 저조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유엔과 한국 정부는 북한의 영양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자패키지 사업(1000days project)을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제 지원기구를 통한 지원사업은 분쟁지역의 인도적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북한의 인도적 문제를 재생산하는 구조의 근저에는 한반도의 분단과 휴전 상황이 있다. 하지만 중립성을 중시하는 국제 지원기구는 한반도 평화 문제를 자신들의 지원사업에 반영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물론 남북 관계가 안 좋은 상황에서 중립성을 가진 국제기구는 당면한 인도적 위기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한반도 평화 정착 없이 북한의 인도적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사업과 더불어 한반도 갈등의 당사자인 남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과 같이 남한의 지원, 특히 남한 민간단체의 지원은 북한 주민들의 아픔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남북 주민이 함께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초석이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한의 대북지원이 다시 재개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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