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에어코리아·한국관광공사 등
역량강화 교육·인건비 지원 확대 등 제안
대체인력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선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기업별 맞춤형 인력 양성 교육을 활성화하고, 대체인력 채용 지원금을 확대해 기업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은 지난 5월 30일 ‘여성 대체인력의 활용 실태와 과제’를 주제로 여성일자리비전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기업 담당자들은 한목소리로 “근로자의 육아휴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체인력을 채용해야 하지만, 적합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박경하 LG디스플레이 인재확보팀 과장은 “기업의 대체인력 채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업종이나 기업별 맞춤형 취업지원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에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는 9500명으로 전체 직원의 28% 정도다. 이 가운데 기혼 여성은 약 1700명(18%)이다. 현재 대체인력 채용을 하는 직무는 전담직이다. 비서, 데이터 관리 업무를 맡고, 3개월 정도의 직무 숙련 기간을 거치면 업무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석사 이상 학력과 3년 이상의 직무 숙련이 필요한 사무직과 3교대 업무를 하는 기능직은 대체인력 채용이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 과장은 “아무리 직무 숙련 기간이 짧은 직무에 대체인력을 뽑는다고 해도, 채용 이후에는 신입 사원처럼 기초 직무지식부터 가르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회계나 전산, 데이터 관리와 분석 등 업무에 필요한 교육을 보유한 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정문 에어코리아 기획홍보팀 팀장도 이 같은 의견에 공감했다. 항공사 발권과 화물 운반 등을 대행하는 에어코리아는 매년 육아휴직자 수가 증가하고, 이로 인한 대체인력의 수요도 늘면서 대체인력 채용에 애를 먹고 있다. 2009년 6명이었던 육아휴직자는 지난해 33명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대체인력자 수도 3명에서 21명으로 증가했다.
김 팀장은 “현재 정부는 육아휴직 시작일 전 30일이 되는 날부터 대체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지만, 교육기간 30일만으로는 대체인력을 바로 현장에 투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육아휴직 시작일 전 30일이 되는 날부터 신규로 대체인력을 채용해 30일 이상 고용한 사업주에게 휴직 기간 내 대체인력 고용 기간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대기업은 30만원, 중소기업은 60만원을 채용장려금으로 지원받는다.
김 팀장은 “그 정도 금액으로 대체인력을 채용할 기업은 없다”며 대체인력 채용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강조했다.
공공분야에서의 대체인력 채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박용환 한국관광공사 인재개발팀 선임차장은 “대체인력 채용 시 업무에 대한 권한을 줄 수 없어 전문성과 책임감이 떨어지고, 대체인력 풀(pool)의 부족으로 적합한 인력 채용 자체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정원 제한에 따라 대체인력을 적극적으로 고용하기 어렵다는 고충도 소개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오성욱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서비스진흥센터장은 “독일의 미니잡, 네덜란드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의 사례를 살펴보면 고용량은 높아졌지만, 일자리의 질은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대체인력으로 오히려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대체인력 적합 일자리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체인력이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와 연결되도록 정규직으로 발전을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오 센터장은 “대체인력뱅크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구인 기업의 인식을 제고하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경력단절 여성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위한 적합한 직업훈련 제공 여건 조성과 보육정책 대폭 강화 등의 방안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