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일(37)과 신민아(30)가 영화 ‘경주’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박해일은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경주’(감독 장률) 시사회에서 “개인적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치유되는 부분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잘 읽히면서도 내가 이것을 잘 해석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걱정도 꽤 있었는데 제가 맡은 최현과 경주에서의 여정이 잘 맞아 떨어지는 작업의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민아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려웠다”며 “기존에 했던 방식도 아니고 보여드렸던 색깔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욕심과 감독님과의 작업에 대한 욕심들이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고 밝혔다.
한 장면을 긴 호흡으로 담아내는 롱테이크 촬영에 대한 어려움도 털어놨다. 박해일은 “촬영 들어가기 전에 민폐주지 말아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장에서 감독님의 배려가 컸고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연기하다 보니 어느 순간 ‘오케이’가 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영화 속에도 그게 많이 묻어있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 다른 영화와 차별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신민아는 “이렇게 긴 호흡의 영화는 처음이라 긴장했다. 민폐가 되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했는데 현장에 좋은 긴장감이 계속 흐르고 있어서 그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촬영할 수 있었다”며 “좋은 경험이었고 다음데 또 이런 긴 호흡의 영화를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전했다.
영화 ‘10억’ 이후 4년 만에 함께 호흡을 맞춘 데 대해 박해일은 “굉장히 좋았다”며 “차를 마시면서 서로를 살아온 세월을 알아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신민아는 “박해일 씨 팬이라 꼭 진지한 영화에서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다”며 “새로운 경험이었고 좋았다. 괜찮다면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극 중에서 북경대 교수와 찻집 주인을 연기하기 위한 준비 과정도 들려줬다. 박해일은 영화 속에서 유창한 중국어와 일본어 실력을 뽐냈다. 그는 “동북아 정치의 대가다보니 중국어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고 감독님이 제안했고, 일본어는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라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역시 어려웠다”며 “중국어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접해본 언어인데 영화 ‘두만강’에서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배우 윤란 씨에게 열심히 배웠다. 나중에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민아는 “차를 따르는 순서와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 영화 촬영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다도 수업을 받았다”며 “체질에 따라 차 마시는 방법이 달랐다. 전 보이차를 좋아하는데 체질에 맞게 좋아하는 차를 찾아드시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해 느낀 부분에 대해서도 진솔한 이야기가 나왔다. 박해일은 “전 이 영화를 사랑 영화라 생각한다”며 “남녀 간의 사랑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 간의, 또 그것보다 더 넓은 동북아의 사랑도 있다. 참 큰 사랑 영화 같다”고 정의를 내렸다. 신민아는 “영화를 찍고 경주에 있으면서 죽음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주를 보면 (선조들의 무덤인) 릉과 사람 사는 공간이 같이 있다. 사랑도 그렇고, 모호하지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들을 이 영화를 통해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장률 감독은 “배우들, 스탭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지평선이 넓어지는 과정을 경험했다”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처음으로 이 현장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감정이 들었다. 마지막 촬영 날엔 조금 슬펐다. 좋은 꿈을 꾸다 깰 때의 느낌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영화 안에는 남녀 간의 사랑을 그렸는데 사랑이란 것은 더 넓은 의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 감독은 영화 촬영지로 ‘경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1995년 처음 한국에 와서 경주에 가봤고, 무덤과 보통 사람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점에 놀랐다”며 여운이 계속 남았다고 말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찻집과 춘화는 실제 장 감독이 경주를 방문했을 당시 갔던 곳과 동일한 장소, 동일한 그림이다. 장 감독은 “사람은 공간의 지배를 많이 받는 것 같다. 경주란 공간에서 95년에도 그랬고 7, 8년 후 또 갔을 때도, 이번에 촬영할 때도 항상 꿈과 현실의 경계선이 모호했다. 영화를 찍는 동안에도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라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고 전했다.
영화 ‘경주’는 7년 전 춘화를 찾는 수상한 남자 최현(박해일)과 기품있는 외모와 달리 엉뚱한 여자 공윤희(신민아)의 설레는 1박2일 간의 만남을 그린 작품이다.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를린,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해외 유수 영화제를 석권한 세계적 시네아스트 장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박해일과 신민아를 비롯해 윤진서, 김태훈, 신소율, 류승완 감독 등이 출연했다. 보문호수와 전통찻집 아리솔, 고분능 등 천년고도 경주의 숨겨진 명소를 발견하는 것은 영화의 쏠쏠한 재미다. 오는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