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 피오리나 전 HP회장, 조윤선 여성부 장관과 대담
“여성이 세계적으로 가장 활용되지 못한 자원”
“최고의 리더십은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잠재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개발할 수 있게 물꼬를 터주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인 칼리 피오리나(60) 전 휼렛패커드(HP) 회장은 리더십을 “가능성을 포착하고 이를 현실화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피오리나 전 회장은 5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제주도 서귀포시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제9회 제주포럼’ 특별 세션에 참석해 기업가 정신과 여성 리더십에 대해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대담을 나눴다.
대담에 앞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피오리나 전 회장은 “인간의 잠재력은 활용할 수 있는 무한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야말로 세계적으로 가장 활용되지 못한 자원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20대 기업 최초의 여성 CEO로 컴팩과 합병을 주도해 HP를 IT업계 선두로 끌어올려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 1위에 6년 연속 선정된 바 있는 피오리나 전 회장은 자신의 커리어를 ‘비서’로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저는 주로 책상에 앉아서 타이핑하거나 파일을 정리하거나 전화를 받거나 커피나 차를 서빙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직원이 9명뿐인 작은 규모의 회사였는데 남자 상사 2명이 저를 키워보고 싶다며 저에게 비즈니스가 뭔지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들이 진정한 리더죠. 제 속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계발시켜줬거든요.”
“직함이나 큰 사무실, 멋진 차를 가진 것이 리더십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기회의 창을 보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강조한 피오리나 회장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기업 코닥이 디지털 사진 기술이라는 변화의 적기를 놓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피오리나 회장은 리더십의 어려운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현 상태에 대해 도전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 저항이 생긴다. 그만큼 변화는 어려운 것”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모호한 상황에서 결정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조건들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기업이나 정치, 공동체 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균형은 리더십의 예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대담에서는 남성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여성으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경험을 나눴다.
조 장관이 ‘기업가 정신’에 대해 질문하자 피오리나 전 회장은 “기업가 정신은 ‘리스크 테이킹’”이라며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창의성을 활용해야 한다. 실수하는 것을 절대로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 장관이 “로펌에서 여성 변호사로 일하면서 중요한 정보와 기회에서 소외되는 것은 아닌지, 남성 동료들과 보스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고민했다”며 남성 동료들과의 관계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피오리나 전 회장은 “젊은 시절 대기업에 취업했을 때 고객과의 미팅을 스트립쇼를 하는 클럽에서 한 적도 있다”며 “내가 겁먹길 바라는 남성 동료의 테스트였는데 나는 용기를 가지고 불편했지만 클럽에 갔고 그것으로 당신은 나를 겁먹게 할 수 없다, 나는 내 일을 제대로 할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성들이 스마트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며 “스마트하다는 것은 여성이 갖고 있는 모든 잠재력과 재능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다. 회사가 성공하길 바란다면, 나라가 성공하길 바란다면 나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9년 공화당 소속으로 상원의원에 도전하기도 했던 이력에 대해 피오리나 전 회장은 “미국은 민간부문 인사들이 공직에서 일하고 다시 민간으로 돌아가는 전통이 있다”며 “시민으로서 모두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 하는 거버넌스에 참여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어서 정계에 진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