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영옥 오르골 갤러리 ‘토닌’ 대표
오르골(뮤직박스) 태엽을 돌리자 맑고 경쾌한 멜로디가 방 안을 가득 메운다.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진다. 기계음이 없는 오르골은 우울증과 불면증 치유에 뛰어나 세러피 효과가 있다. 재일 한국인인 황영옥(54)‘토닌’오르골 갤러리 대표는 지난 2010년 서울 삼성동에 오르골 갤러리를 열었다. 이유는 하나. 한국에도 오르골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다. 한국에서 오르골은 보석함이나 장난감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오르골 박물관이 수십 개가 넘는 등 대중화 됐다.
“소리가 참 맑죠? 저는 하루 일과를 정리할 때 이 오르골을 듣고 힘을 얻어요. CD음악을 듣는 경우는 거의 없죠.”
인터뷰에 앞서 황 대표는 집 안에 있는 오르골에 대해 소개했다. 황 대표의 집에는 100년이 넘은 앤티크 오르골부터 한정판으로 제작된 것까지 그야말로 ‘오르골 천지’다. 에디슨의 축음기가 발명되기 전, 오르골은 음악을 즐기는 유일한 악기나 다름없었다. 1960년대에 위기를 맞았으나 1985년부터 93년 사이에 기업 합병 작업을 하면서 시장을 지켰다. 당시 합병 작업을 주도한 회사는 1865년부터 오르골을 만들어 온 스위스의 ‘루즈(REUGE)’다. 이 브랜드는 세계 최고 품질의 실린더 오르골를 만드는 전문 기업이다. 가격은 200만원에서 2억을 호가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희소성이 있어 혼수품으로도 많이 찾는다.
황 대표가 운영하는 갤러리 ‘토닌’은 스위스 루즈사와 미국 포터사가 만든 오르골을 독점 계약 체결해 전시, 판매하고 있다. 특히 황 대표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오르골 세러피(오르골 요법).
일본 오르골요법연구회에 따르면, 오르골은 스트레스와 불면증을 비롯해 우울증, 두통 등을 치유할 수 있다. 오르골은 고주파(약 10만2000㎐)와 저주파(3.75㎐)가 발생해 뇌를 활성화시킨다. 태교에도 도움이 된다. 마사코 왕세자비는 아이코 공주 태교를 위해 오르골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황 대표는 일본인 남편과 결혼 후 유럽 앤티크 갤러리를 하던 중 앤티크 오르골을 접했다. 저음과 고음의 주파수를 활성화시키는 오르골에 매료된 황 대표는 딸 하야시 마사키씨와 2010년 세러피스트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야시 마사키는 일본 동경의 무사시노미술대학 예술문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토닌의 큐레이터다.
“앤티크 갤러리 사업을 하면서 종종 상담 봉사를 했었어요. 유학생부터 부부, 자녀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했죠. 그때 처음 앤티크 오르골을 접했는데 우울증 치유에 탁월하겠다 싶었어요.”
황 대표는 지난 몇 년 간 한국의 입양․미혼모시설과 병원‧법원 등을 다니면서 명품 오르골 연주를 들어보는 ‘오르골 음악회’와 오르골의 아름다운 소리와 진동으로 심신을 자연 치유하는 ‘오르골 세러피 체험’등을 진행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골을 통해 치유한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어요. 사실 이들의 아픔을 무엇으로 치유해주겠어요. 음악밖에 없잖아요. 저도 가슴이 답답할 때 오르골을 가슴에 올려놓고 자곤 해요. 오르골 진동이 잔잔하게 두드러져서 마음이 편안해져요.”
현재 토닌은 삼성동에 있던 갤러리를 확장하기 위해 7월 중순 완공을 목표로 서울 한남동 부근에 새 사옥을 짓고 있다. 앞으로도 황 대표는 오르골소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위안과 함께 영혼의 치유도 돕겠다는 계획이다.
“갤러리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삶에 지친 많은 사람들을 한 사람이라도 빨리 구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오르골을 직접 만들지는 못하지만 오르골 상자만이라도 우리나라 장인들의 나전칠기로 만들어 수출하고 싶어요. 민요, 아리랑을 편곡한다면 정말 멋진 오르골이 되지 않을까요.”
‘토닌’의 다양한 오르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