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합 등 “동대문 경찰서장 징계하라”
지난 5월 18일 동대문경찰서에서 발생한 세월호 집회에 참여한 여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브래지어 탈의’ 강요 수사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책임자인 동대문 경찰서장을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6개 여성단체는 이번 사건이 “‘유치장 수용 과정에서 속옷 탈의 조처는 위법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인권침해, 권력남용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서 연행한 여성을 유치장에 수용하며 속옷 상의를 벗도록 강요한 경찰 행위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여성단체들은 “경찰은 여성인권 탄압인 위법행위를 ‘실수’로 치부하며 책임을 초임 담당 수사관에 떠넘기려고 했다가 여론에 밀려 경찰서장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며 “상명하복의 경찰 조직에서 담당 수사관 한 명이 규정을 몰라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권탄압이 자행되고 있었을 때 경찰서장과 수사과장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더욱이 경찰의 브래지어 탈의 강요는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된 사건인데 또다시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 어이가 없을 지경”이라며 “경찰이 성적 수치심을 이용해 여성 집회 참가자들을 위축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법행위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경찰청장에게 △사건의 책임자인 동대문 경찰서장 징계 △연행·조사과정에서 여성들에게 가하는 성적 수치심을 비롯한 성적 폭언, 폭행 즉각 중단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연행된 시민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인권탄압이나 불법적 행위가 있었는지 전면조사 실시 △세월호 사건에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모든 집회와 행사를 보장하고 연행된 모든 시민의 석방을 요구했다.
여성학자 조혜련씨는 “제한된 상황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요구한 것은 참가자에겐 일종의 폭력”이라며 “추모 집회였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브래지어를 사용해 자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개인 차원의 성인지 교육이 아닌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선 사과로 끝날 게 아니라 ‘여성 유치장 입감 매뉴얼’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