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jpg

99년 한해동안 평등방송에 기여한 디딤돌 프로그램과 걸림돌 프로

그램이 뽑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공동대표 지은희 신혜수 이경숙)이

올해 처음으로 ‘평등방송 디딤돌 걸림돌'을 선정한 것.

디딤돌 프로그램에는 KBS, MBC, SBS, EBS 각 한편씩 올랐다.

KBS 일요스페셜 '21세기 희망-가족의 미래, 여성은 어디로 가는가

', 그리고 MBC테마게임 '세상의 절반 남과여-2010 이브의 경고',

SBS 그것이 알고싶다 '성희롱, 이것이 성희롱이다', EBS 알고싶은

성, 아름다운 성 '성폭력', '성희롱' 네편이 그 주인공.

여성이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당하는 차별로 인해 기존의 가족형

태를 거부함으로써 나타나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방영한 '일요스페셜'은 특히 최근 증가하고 있는 동거 독신

미혼모 가구 및 노인공동체 등 변화하는 가족의 형태를 대안적 시각

으로 조명해 부부간 부모자식간의 평등한 가족상을 제시한 점에 높

이 평가돼 디딤돌로 선정됐다. 2010년 극심한 성비불균형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코믹하게 다룬 '테마게임'은 코믹장르에서 다루기 어려

운 성감별낙태와 성비불균형을 주제로 설정했다는 그 자체로 공헌이

컸다는 평가에 힘입었다. 남아선호사상의 심각성과 가부장제의 문제

점을 사회적으로 인식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것.

'그것이 알고 싶다-성희롱'은 생활 속에서 간과할 수 있는 성희

롱의 개념을 정확히 제시했고, 또 성희롱 피해시 여성단체를 통한

상담, 법적 조치 등을 자세히 방영함으로써 실제 성희롱 피해자들에

게 도움을 주는 등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기여

한 점을 높이 샀다. '알고 싶은 성, 아름다운 성'은 1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금기시되어온 청소

년의 성문제를 솔직히 드러내놓고 대화하는 방식을 통해 평등한 성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걸림돌 프로그램에는 SBS '99한국수퍼모델선발대회 갈라쇼'와

KBS1 '왕과비', SBS '그녀의 선택', MBC '99미스코리아 선발

대회'가 뽑혔다. 방영 당시부터 여성 시민단체의 격렬한 비난을 받

은 바 있는 '수퍼모델 갈라쇼'는 여성을 성상품화한 극단적인 프로

그램이었다는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갈라쇼에는 또 34명의 후보중

9명이 고등학생인 것으로 드러나 건전한 성문화를 만들어가야할 방

송사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선정적 포즈를 강요한데다가 이같은

공중파용 음란물을 가족시청시간대에 1시간 이상 방송한 것은 공기

로서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처사였다는 것. '왕과비'는 진실을 반

영해야 할 역사극에서 고증되지 않은 부분을 지나치게 여성비하적으

로 극화했다는 면에서 걸림돌에 선정됐다. 왕과비는 대비와 중전, 중

전과 후궁간의 갈등과 암투 장면을 장기간 방영해 여성의 정치적 성

향에 대한 비하와 여성이 공적인 일에 참여하면 일을 망친다는 정형

화된 이미지를 심화시켰다는 것.

'그녀의 선택'은 여자주인공의 외모로 인한 갑작스런 출세와 남성

을 사이에 둔 여자들간의 비열한 암투, 여자주인공 아버지의 결혼방

식과 외도 등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을 연출해 여성

의 무능력과 비주체성을 극대화한 측면이 문제로 지적됐다. 해마다

여성계의 비난을 받아온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잘못된 여성관을

조장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는 면에서 걸림돌에 뽑혔다.

디딤돌 걸림돌은 각 방송사 및 시민사회단체, 여성단체, 전문가 등

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심사위원단에서 두차례의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시상식은 11월10일 오후3시 한국언론재단 12층에서 열렸

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