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후 40대 엄마 표심 요동
6·4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40대 엄마들이 지방선거 표심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고교생 자녀를 잃은 부모 세대는 물론이고 이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40대 엄마들이 이번 참사에서 드러난 총체적 난맥상에 대거 무당파로 돌아섰다는 지적이다. 특히 10대 자녀를 키우는 40대 엄마들이 세월호 참사에 감정이입이 된 이유는 여성들의 공감력이 높은 데다 “내 자식도 당할 수 있다” “다른 아이의 일도 남의 일은 아니다”라는 모성본능이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세가 강한 박 대통령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여성 유권자들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보다 박 대통령에게 10%포인트 많은 표를 던졌다. 특히 40대 여성 표는 박 대통령이 12%포인트나 높았다. 경력단절 여성을 비롯한 전업주부들이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는데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보인 위기관리 능력에 민심이반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5일 모 종합일간지 조사에서는 40대 여성(서울지역)의 경우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51.3%)는 응답이 ‘여당이 승리해야 한다’(28%)는 응답의 2배 가까이 됐다.
하지만 반사이익이 예상됐던 야당 지지율도 여전히 답보 상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양상이다. 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4월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성인 20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전주 대비 5.2%포인트 하락한 43.5%, 새정치연합은 전주 대비 4.2%포인트 하락한 23.9%를 기록했다.
기성 정치권 전반에 대한 환멸이 무당파 급증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30일 엠브레인이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무당파가 가장 높았던 세대는 40대(52.1%)였다. 성별로는 여성이 46.5%로 41.0%의 남성보다 5.5%포인트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자식을 잃은 슬픔에 공감하는 수도권의 40대 엄마들이 대거 무당파로 이탈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역별 무당파 비율은 경기·인천(47.1%)과 서울(46.8%)이 평균을 웃돌며 1, 2위를 차지해 수도권 판세가 주목된다.
대선 때마다 야당에 투표했다는 직장인 김은선(42·서울 은평구)씨는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을 보니 여야 정치인들이 능력도, 책임감도 없더라. 습관대로 움직이는 정치권 행태에 너무 실망했다”며 “6·4지방선거에서 후보군을 살펴보고 투표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별 관심이 없다. 투표를 안 할 것 같다”며 무당파로 돌아선 심경을 전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당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데 이는 정권심판론이 먹히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정치적 분노가 정치적 외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렇게 되면 투표율이 떨어지는데 이번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세월호 사고가 선거에서 여당에 악재인 것은 맞다”면서도 “야당도 똑같은 것 아니냐는 여론으로 야당도 특수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을 보면 남녀 지지율이 세월호 사고를 기점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며 “세월호 사고 전에는 전체 지지율 64.7%, 남성 64.0%, 여성 65.4%로 거의 비슷했으나 사고 발생 후 실시한 조사 결과 전체 52.9% 지지율에서 남성은 55.2%, 여성은 50.7%였다”고 말했다. 수치상 여성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14.7%포인트나 하락했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사고를 당한 자녀들의 학부모가 40대 중후반에 집중돼 있고, 이 사건에 대해 정부 대응에 대한 불만이나 비판이 높다”며 “40대 학부모들, 특히 자녀문제에 관심이 높은 여성들이 안전, 생명, 보호 등에서 준비된 공약, 준비된 정책을 낸 정당이나 후보에게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이번 사고로 자식을 잃은 엄마와 동세대인 여성 유권자들의 분노가 응징 투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분명 이번 침몰 사고로 수세에 몰렸던 야당이 반격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야당이 반사이익만을 노리며 정부 비판에만 매달리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여성 정치인은 “30~40대 유모차 부대, 말하자면 젊은 엄마들이나 주부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움직이는 행동이 예사롭지 않다. 전국 단위로 행동하고 있더라. 정치적으로 중요한 함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도 엄마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함께 혹은 따로 촛불 행진, 1인 시위 등을 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