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왔지만 4월을 보내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흐드러진 꽃들로 아름답기만 했던 4월이 이제 우리에게는 더할 수 없이 고통스럽고 아픈 달로 기억될 것 같다. 영국 시인 T S 엘리어트(Thomas Steams Eliot)는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라며 겨울의 적막에서 새 생명이 깨어나는 그 수고로움과 경이로움을 잔인하다고까지 말하면서 탄생의 위대함과 환희를 표현했는데, 진도 앞바다에서 벌어진 참혹한 현실을 마주한 우리에게는 이제 정말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일찍이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그의 책 ‘위험사회’에서 산업화와 근대화가 기술발달과 물질적 풍요는 가져오지만 그만큼 내재된 위험도 커진다고 경고하면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새로운 근대(성)을 향하여’라는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근대화로 인해 누리게 되는 긍정적인 측면 이면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으므로 새로운 변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책 ‘위험사회’는 1986년 독일에서 발간됐고 우리나라에는 1997년 번역판이 출간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위험사회’를 출간한 그해 봄, 옛 소련에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터져 국경·계급·인종을 가리지 않고 방사성 물질의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퍼졌으며, 이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지진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세월호 사건 등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대사회의 위험은 눈에 보이지도 예측되지도 않는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문제와 위험은 저개발 국가가 아니라 선진국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근대화의 실패가 아니라 근대화의 성공 때문에 초래됐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벡은 경고한다. 

위험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인가. 현재 위험사회로 인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강구되고 있다. 정부 당국의 책임자 처벌, 기업 경영의 구조 개선, 혁신적인 규제 개혁, 새로운 정부 기구조직 등 국가와 정부, 기업 등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변화하고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현대사회는 더욱 발전할 것이고 그에 따라 더 큰 위험사회는 도래할 것인데 그 해법을 국가와 정부, 사회에만 역할을 맡겨야 할까. 그들의 노력으로 위험사회의 문제는 해결될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그동안 살아가면서 당면하는 문제를 내 일이 아니라고 방관하면서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 것은 아닐까. 매일의 일상생활 가운데 무수히 일어나는 문제에 우리들의 책임을 다하며 살아왔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회원 가입을 할 때 약관을 자세히 읽어야 하는 책임, 빨리 가기 위해 규정을 위반하지 않아야 하는 책임, 잘못을 알면 지적해서 교정해야 하는 책임 등 우리가 해야 하는 책임을 제대로 다 해왔던가. 작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 결국 오늘의 위험사회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위험사회를 방조하고 조장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벡은 위험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대화, 즉 모더니티의 종언이 아니라 ‘성찰적 근대화’와 그에 기반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다’라고 했다. 벡이 제시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란 기술 관료의 합리성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정책이나 전략 등을 전문가가 독점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시민 참여의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매일 살아가면서 소비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일, 그것이 곧 위험사회를 막을 수 있는 것이며, 이를 통해 사회를 변혁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하루 시민으로서 소비자로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책임을 다하는 일, 그것이 사회를 변혁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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