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외국계 SPA 브랜드에서 셔츠 두 장을 구매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일을 한다는 소식에 다시 매장을 방문했더니 내가 구매한 셔츠가 세일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불쾌감을 감출 새도 없이 이 브랜드는 며칠 후 또다시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제품을 50% 할인 판매했다. 나는 이후 세일 기간이 아닌 때에는 이 브랜드 제품은 절대로 구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더 기막힌 것은 엉터리 할인 행사다. 옷뿐만 아니라 화장품, 신발, 모자 등 세일을 한다고 해서 매장에 가 보면 잘나가는 제품이나 비싸고 괜찮은 제품은 할인에서 제외되거나 할인 폭이 작은 경우가 많다. 또 원하는 제품은 이미 품절되거나 사이즈가 없는 경우도 많다.
최근 들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한 달에 한 번씩은 반드시 올라오는 회사들이 있다. 바로 화장품 회사다.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더페이스샵, 에뛰드하우스 등 많은 화장품 회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작게는 10%부터 크게는 50%까지 할인 행사를 한다. 한 매체에 따르면 화장품 브랜드의 할인 판매일수는 2011년 54일, 2012년 107일, 2013년에는 240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화장품 업계뿐만이 아니다. 지난 3년간 백화점 세일 기간은 2011년 123일, 2012년 139일, 2013년 142일로 계속 늘고 있다. 의류업계에서도 한 달에 한 번씩은 패밀리 세일, 정기 세일 등 다양한 세일이 진행된다. 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업계는 장기 불황에 따른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세일이 기업의 매출에 이익을 줄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 생각하면 당장 오늘 물건을 파는 데 있어서 매출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꼴로 세일을 하게 되면 어떤 소비자가 제값을 주고 물건을 살 생각이 들까?
세일 기간에 쇼핑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세일 가격에 물건을 팔아도 이윤이 남을 정도면 도대체 세일 기간이 아닐 때, 원가에 제품을 판매하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챙길까 하는 것이다. 결국 무작정 하는 세일은 기업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소비자들에게도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부풀려진 가격으로 마치 선심 쓰는 양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팔면서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매년 늘어나는 세일에 이제 소비자들은 무뎌지고 있다.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무너지고 더 이상 기업을 믿지 않아 정가에 사는 소비자들은 사라져 간다. 무분별한 세일에 많이 노출되고 더 이상 세일다운 세일이 아닌 모습에 소비자들은 더 이상 세일이라는 단어를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세일 기간에 물건을 사는 행동이 합리적인 소비가 아닌 당연한 소비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늘어났던 세일이 이제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는 세일이 되어가고 있다. 기업들의 연중무휴 세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