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풀’ 만들어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막고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 촉진 ‘1석 2조’
‘알바’로 보는 인식·열악한 복리후생은 과제

 

구직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해 구인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구직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해 구인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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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로 생긴 공백 기간 동안 해당 기업에 대체 인력을 공급해주는 ‘대체인력뱅크’가 문을 열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안전행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공무원 대체인력뱅크’를 운영하고 있지만, 민간부문에서는 처음 마련됐다.

대체인력뱅크는 대체인력 수요가 많은 보건, 복지, 금융, 보험, 제조 등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의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수요에 맞는 인력 풀(pool)을 모집한 후 수요 발생 시 즉시 충원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대체인력을 대상으로 대체직무 맞춤교육, 직장 적응훈련 등을 무료로 실시하고 육아휴직 등으로 빈 자리가 생기면 전문 컨설턴트의 상담을 거쳐 적합한 인력을 즉시 연결해주는 역할도 맡는다. 근무 기간이 끝나면 다시 인력 풀로 들어와 다른 일자리를 소개받을 수 있다. 

육아휴직을 하고 싶어도 대체인력이 없어 회사 눈치를 보거나 눈물을 머금고 회사를 그만둬야 했던 여성들의 부담은 덜고, 평균 3개월~1년의 빈 자리는 경력단절 여성들이 메울 수 있다. 고용노동부도 경력단절 예방과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연간 500명의 대체인력을 기업에 공급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대체인력제도 활성화를 위해 육아휴직 근로자를 대신해 대체인력을 고용할 경우 사업주에 지급하는 지원금 규모도 대기업은 기존 20만원에서 30만원, 중소기업은 4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인상했다.

이재흥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대체인력뱅크를 통해 대체인력 채용이 활성화되면, 임신·육아기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고, 업무 공백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어 육아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또 하나의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대체인력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인한 열악한 처우가 과제로 지목된다. 기업과 근로자의 눈높이에 차이가 크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실제 지난 2월부터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출산휴가 대체인력으로 일하고 있는 최성희(31·가명)씨는 정규직과 다름없이 일하면서도 야근수당이나 휴일근무수당 등에 대한 혜택은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4년간 보육교사로 일하다 건강상의 이유로 사무직으로 전직을 결심했는데,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상사는 단기 ‘알바생’ 취급을 하고, ‘이런 것도 못 하느냐’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3월 한 달 내내 오후 9시에 퇴근하면서도 야근수당은 없었고, 휴일근무를 해도 대체휴일을 주거나, 배려를 받아본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계속 사무직으로 일하고 싶어 퇴근 후 전산회계 자격증 준비도 하고 있지만, 대체인력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 제도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보육교사, 간호사 등 여성 집중 업종의 경우, 대체인력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대체인력 일자리의 안정성 문제나 처우 문제에 대해서 개선이 없으면 또 하나의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리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체인력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른 시간 안에 업무를 숙지해야 하는 대체인력은 임금을 기존보다 120%가량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대체인력에 대한 낮은 인식과 열악한 처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장문화 조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두경 고용노동부 시간제일자리창출지원단 사무관은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하겠지만, 대체인력제도가 잠깐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일자리라는 특수성이 있고, 경력단절 예방과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이라는 역할이 더 크다”며 “처우나 인식 문제는 올해 연말까지 시범 운영한 결과를 토대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대체인력뱅크를 이용하려면 홈페이지(http://matchingbank.career.co.kr 또는 www.대체인력뱅크.com)나,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대체인력 종합지원센터(02-2006-6195)로 방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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