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마치고 온 고등학생·아이 손잡고 나온 주부 등
일주일간 임시 분향소 조문객 눈물의 애도

 

29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문을 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조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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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창 피어나야 할 아이들이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생을 다했다는 사실이 엄마로서 너무 가슴 아파요. 어른으로서 춥고 어두운 곳에서 두려움에 떨었을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단 사실이 미안해요. 어디를 가더라도 여기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서 마음껏 꿈을 펼쳤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침몰 사고 14일째인 4월 29일 서울광장 서울도서관 앞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영진(44)씨는 “안산에 가서 추모하고 싶었지만 오늘에야 이렇게 오게 됐다.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광장 서울도서관 앞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은 4월 27일부터 사흘 동안 4만3000여 명에 달한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온 고등학생, 친구들과 함께 나온 대학생, 아이 손을 잡고 나온 주부도 눈에 띄었다. 분향소 근처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분향소를 찾기도 했다. 조문객들은 종일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묵념을 했다.

특히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 많은 조문객들이 몰렸다. 시민들은 30~40명씩 조를 이뤄 함께 헌화와 묵념을 했다. 분향을 마친 시민들은 조문 후에도 여전히 가시지 않은 슬픔에 말없이 눈물만 흘리기도 했다. 시민들은 노란 리본에 ‘정말 미안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더 미안해’ ‘얘들아, 많이 추웠지. 내 체온이라도 나눠주고 싶었어’ 등의 메시지를 적어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서울 분향소를 찾은 여고생들은 “(안산 단원고 희생자들이) 저희보다 한 살 많은 언니, 오빠들”이라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좌보람(16)양은 어른들을 향해 “아이들을 구조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고,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못했는지 묻고 싶다”며 “얼마 전 여객선에 화재가 발생했지만 승객 전원이 구출된 스페인과 너무 비교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정혜령(16)양도 “희생자들께 죄송스런 마음뿐”이라며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빈다”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함께 온 한승현(16)양은 흐르는 눈물에 말을 잇지 못했다. 

안양에서 9살, 6살 남매를 데리고 분향소를 찾은 부부 황지훈(40)·신승주(35)씨는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모든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바른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9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문을 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분향소 밖에서 조문 순서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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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문을 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분향소 밖에서 조문 순서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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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을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실종자들의 귀환을 바라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에는 일주일 동안 20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고, 휴대전화로 보내온 추모 메시지도 8만8000건이 넘었다. 시민·사회·종교단체 등도 분향소를 차려 곳곳에서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특히 4월 29일 안산 화랑유원지에 차려진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에는 이날 하루에만 1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다.

애도의 뜻에 동참하기 위해 경기 시흥시에서 온 문기숙(50)씨는 “이 영혼들에게 우리가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유족분들에게 혼자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마음을 모아서 이 아픔을 같이 하고 있으니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경원(20)씨도 “희생된 친구들과 비슷한 또래라 그런지, 더 측은하고 불쌍하다”며 “이곳에 자주 와 친구들이 가는 길 외롭지 않게 잘 지켜보는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누군가에게는 자식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친구였을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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