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창업, 대표적 제주 관광상품 발돋움
제주산 농산물만 고집… 제주 경제 한 축 담당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제주오렌지 공장은 상큼한 감귤향으로 가득했다. 감귤철이 아니었음에도 공장에서는 지난 겨울 수확해 동결해놨던 제주산 감귤을 해동시켜 절단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올해 2월 출시한 ‘러브초코’ 생산라인에서는 통째로 슬라이스해 동결진공건조시킨 감귤에 화이트 초콜릿을 입혀 포장되고 있었다. 감귤 모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러브초코’는 출시되자마자 여성들을 비롯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제주오렌지 곽경남(57) 대표이사는 “장인정신으로 만들어도 소비자들 취향 맞추기가 어려운데 장인정신 없이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사업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제주오렌지의 품질을 자신했다. 지난 15년간 한길로만 달려온 이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특산품으로만 초콜릿을 만들겠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목표이고 전부입니다.”
1999년 창업한 ㈜제주오렌지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감귤초콜릿을 생산하기 시작해 매년 15~25%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제품 출시 10년 만에 감귤초콜릿 출시 첫해의 10배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는 제주 감귤초콜릿의 선두주자로 제주 지역사회 경제의 버팀목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1999년 회사 설립 당시 주변의 반응은 차가웠다. 비싼 가격의 초콜릿을 제주도에서 생산해서 과연 팔리겠느냐는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대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초콜릿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이 ‘달걀로 바위 치기’로 보인 것이다. 하지만 곽 대표는 틈새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무역업을 하던 곽 대표는 해외에서 작게 포장된 선물용 초콜릿을 보고 당시 판 모양의 초콜릿이 주를 이뤘던 한국에서도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초콜릿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초창기 기계설비만 약 20억원을 투자해 주변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곽 대표는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투자할 수 있었다”며 “과감하고 정확하게 투자했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가 고향인 그는 제주 특산물인 감귤과 초콜릿을 결합해 기존의 제품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첫 감귤초콜릿이 나오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 감귤에 초콜릿을 그대로 입히자 감귤의 수분과 초콜릿의 기름 성분이 섞이질 않았고, 감귤 반건조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동결진공건조설비를 이용해 감귤을 건조해 분말을 내는 방식이었다.
동결진공건조방법은 생물을 영하 25~40도로 동결시킨 후 진공상태에서 동결된 수분을 승화시켜 건조하는 것으로 생물 본래의 향과 맛, 색상을 그대로 유지시켜주며 열에 약한 비타민이나 영양소의 파괴를 최대한 막아주는 건조 방법이다. 이 동결진공건조설비를 갖추고 있는 제주오렌지에서는 초콜릿에 들어가는 감귤, 백년초, 녹차, 복분자, 알로에, 한라봉 등 제주에서 재배되고 있는 농산물을 수확 시기에 수매해 건조 후 분말로 가공·보관했다가 사용하고 있다.
곽 대표는 초콜릿 제조에 제주에서 재배되는 농산물만 고집하고 있다. 파인애플 초콜릿도 생산하고 있었지만 파인애플이 제주에서 재배를 중단하게 되면서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수입산 파인애플 가격이 더 싸지만 제주산 농산물만 사용하겠다는 곽 대표의 고집 때문이다. 이런 그의 고집과 열정으로 감귤초콜릿은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발돋움해 축산·수산물을 제외한 가공식품 중 70%를 차지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감귤을 비롯한 제주 농가 소득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제주오렌지는 2002년 한국전통식품 베스트5에 선정됐고, 2003년 제주도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제주 초콜릿을 널리 알려 후발 주자들까지 현재 10여 개의 업체가 제주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처음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출시할 때부터 내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제품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품질이나 중량에 대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잘 지켜오고 있고요. 앞으로도 제주 농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 생산을 위해 연구를 계속할 것입니다.”